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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좌관2’ 이엘리야 “리얼리티 위해 노메이크업 연기, 세상 편했죠”
입력 2019-12-18 07:01 
‘보좌관2’에서 국회의원 보좌관 윤혜원 역을 열연한 배우 이엘리야. 제공ㅣ킹콩 by 스타쉽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정말 잊지 못할 시 한구절 같은 작품이에요.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아요.”
누구보다 화려한 이목구비를 가진 배우 이엘리야(30)는 드라마 ‘보좌관에서 수수했다. 아니, 무채색의 입술은 초췌해보이기까지 했다. ‘황후의 품격 악녀 ‘민유라와는 사뭇 다른 얼굴이었다. 고단한 촬영 스케줄 때문일까 싶지만, 의도된 설정이었다.
드라마를 시즌제로 하니까 촬영 환경이 점점 더 좋아지더라고요. 잠도 푹 잘 잘 수 있었고, 타이트 하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배우나 스태프나 모두 컨디션이 좋았어요.(웃음)”
JTBC 월화드라마 ‘보좌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하 ‘보좌관)은 8개월에 걸친 대장정 끝에 최근 막을 내렸다. 최종회에서 송희섭(김갑수)은 법무부 장관직에서 자진사퇴 하며 몰락했고, 모든 복수를 마친 장태준(이정재)은 의원직을 내려놓고 청와대로 입성했다.
이엘리야는 장태준 의원실 4급 보좌관 윤혜원 역으로 열연했다. 의원실 6급 비서였다 4급 보좌관으로 승진한 윤혜원의 성장기를 보여준 동시에, 신념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윤혜원 캐릭터를 당당하고 카리스마 있게 그려냈다.
곽정환 감독과 데뷔작부터 세 작품을 함께한 이엘리야는 도움이 되는 배우가 됐을 때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제공ㅣ킹콩 by 스타쉽
서울 논현동 킹콩by스타쉽 사옥 카페에서 만난 그는 촬영이라기 보단 매일 의원실로 출근하는 기분이었다”고 웃었다. 어느새 보좌관이 그의 직업이 되고, 자신의 삶에 스며든 느낌이었다는 것.
생경했던 보좌관을 표현하기 위해 사전 공부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실제로 보좌관을 했던 사람을 만나 인터뷰도 하고 연구했지만, 결국 내가 대본을 어떻게 읽고 이 대본을 잃고 이해하느냐가 중요했다. 감독님과 많은 상의를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한다.
시즌2에선 좀 더 능동적이고 성장한 윤혜원을 보여줘야 했다. 6급 비서일 때는 장태준의 오더를 받고 일했다면, 시즌2에서는 발로 뛰는 이전보다는 주도적인 윤혜원의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다. 닮은 듯 달라진 ‘윤혜원을 위해 패션과 화장에도 디테일한 신경을 썼다.
국회의원이 빛이 나야 하고 외적으로도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논이 있었어요. 전 작품('황후의 품격')에선 ‘나 화장했어 ‘나 좀 봐주세요 하는 느낌으로 메이크업을 했다면, 이번에는 거의 노메이크업으로 촬영했어요. 이미지적으로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일단 너무 편하더라고요. 입술이 지워지면 지워진대로 했어요. 고군분투 하는 윤혜원의 리얼리티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의상도 구겨지면 구겨진대로 촬영하고 그랬죠.”
이정재와의 호흡을 묻자 진심으로 모시고 싶을 정도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매회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는 것.

연기할 때 그 현장의 흡인력이 대단하세요. 저 흡인력에 제가 방해가 되면 안될텐데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죠. 좋았던 건 대본을 보면서 혹시나 실수할까 그러고 있으면 ‘너가 하는 연기가 맞는 거야 하고 오히려 저를 되게 다독거려 주셨어요. 좀 아쉬운 부분이 있으면 ‘다시 한번 가도 된다고 하시고요. 항상 다독이고 힘을 주셔서 이 의원님을 잘 모시고 싶단 생각이 저절로 들게 했죠. 윤혜원이 ‘의원이 아닌 장태준이란 사람을 믿고 일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끝까지 신뢰하는 모습도 멋졌고요.”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시즌 1의 1부 시작 장면을 꼽았다. 윤혜원이란 인물을 단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장면이라고 했다.
고석만 보좌관의 묘를 장태준 의원이 닦아주면서 묘를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대사는 없지만 바라보고 있는 그 장면을 화면으로 볼 때 지금도 울컥해요. 의원님을 의원님이라 생각한다면 그냥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을 건데, 그 모습을 굉장히 슬프게 아프게 바라봐요. 그 장면이 언어적인 표현이 아니라도 장태준을 사람으로 함께 아파하고 감정을 공유하려고 하는구나를 알 수 있죠.”
곽정환 감독과의 인연은 특별하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던 그가 뜻밖에 드라마로 데뷔하면서 만나게 된 첫 작품의 연출자였다. 2013년 곽정환 감독의 tvN ‘빠스껫볼이 그의 데뷔작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조기종영됐다.
그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감독님을 만나 뭘 얘길 해도 대화조차 어려웠던 시기였어요. 그런데도 그 신인에게 한 번도 화를 내지 않고 어떻게 그렇게 ‘오케이를 했을까, 배려해주셨을까, 시간이 지나도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준비가 되면 꼭 다시 뵙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7년 만에 ‘미스 함무라비로 다시 만나게 된 거예요. ‘함부라비를 하면서 이젠 대화가 좀 되는 상대가 됐는데, 바로 끝나 아쉬웠어요. 감독님이 전하는 메시지들이 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다음엔 제가 도움이 되는 배우가 됐을 때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
이엘리야는 가슴 속에 잊혀지지 않는 시 한구절 같은 작품”이라며 `보좌관` 시즌3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제공ㅣ킹콩 by 스타쉽
평상시 자연인”이라고 자신을 표현한 그는 그래서 ‘보좌관 촬영할 때 메이크업을 안하니 세상 편하고 안정감을 느끼고 연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힐링하는 방식 역시 고즈넉한 한옥을 찾는 거다.
이엘리야는 자연 안에서 온전히 나 혼자 있을 때가 좋다. 제가 좋아하는 책이나 메모장을 가져가서 글을 쓰고 책을 읽을 때 제 자신이 온전히 살아있는 기분이 든다. 데뷔 전부터 항상 해오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데뷔 이후에도 그 시간들이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청하는 프로도 ‘6시 내고향'이나 인간극장‘이다. 데뷔 때부터 된장찌개를 좋아한다고 그렇게 말을 해도 파스타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시더라”며 배시시 웃었다.
이엘리야의 차기작은 JTBC 드라마 ‘사일런스이다. 이 드라마에서 외압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베테랑 기자로 분한다.
저는 연기자로서 뚜렷한 목표나 롤모델은 없어요. 원래 오래 연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은 있었는데, 이번에 김갑수 선배님을 보면서 또 하나 느낀 게 있어요. 오랫동안 연기할 수 있다는 것도 큰 행복이지만, 30년이 지나도 연기를 생각했을 때 가슴이 뛰고 설레는 배우이고 싶단 생각을 했죠. 차기작에서도 노메이크업으로 연기하려고요. 제 옷을 입은 듯 세상 너무 편했거든요. 저는 그게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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