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2.16대책 전격 발표날 `초치기 거래`집중…아파트 거래 신고가 경신
입력 2019-12-17 16:00  | 수정 2019-12-17 17:19

2주 전 서울 마포래미안웰스트림 59㎡ 형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은 직장인 김모씨(37)는 16일 급작스럽게 부동산으로부터 전화가 쇄도했다. 주말에 간간히 집을 보러오겠다는 사람은 더러 있었지만 이날은 여러 부동산에서 집을 보겠다며 동시다발적으로 연락이 왔다.
이날은 문재인 정부가 18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날이다. 정부는 15억 초과 주택에 대해 대출을 금지하고, 9억 이상 주택에는 LTV(담보인정 비율)를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새로운 대출 규제가 다음날부터 적용된다는 것이 알려지자, 오후부터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결국 세 팀이 치열하게 경합한 끝에 한 팀이 종전 신고가보다 1억4000만원이나 높은 13억3000만원을 제시해 물건을 매수했다. 단 "오늘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조건이었다. 매수인은 정부의 대출 규제가 발표 다음날(17일)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16일에 무조건 계약서를 써야한다는 조건으로 신고가를 내서라도 계약을 진행했다.
김씨는 "집이 갑자기 팔린데다 신고가로 계약돼 얼떨떨하다. 대부분 사람들이 은행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데, 대출을 막거나 줄인다고 하니까 집 구매를 염두에 둔 사람들이 발빠르게 움직인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실제로 곳곳에서 시간을 다투는 '초치기 계약'이 일어났다.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이 아예 금지되고, 9억원 이상 아파트도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0%만 대출을 허용함에 따라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신고가'를 감수하고라도 계약을 서둘렀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16일 계약이 이뤄진 9억원 이상 아파트 매매 계약은 4건이 등록됐다. 서초구 반포리체 전용 84(㎡)형은 25억5000만원에 계약됐고, 동작구 본동 래미안트윈파크(115㎡)는 16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두건 모두 하루라도 늦게 계약했으면 대출을 받지 못할 뻔 했다.
계약 후 60일 이내 등록하는 것을 감안하면 16일 실제 이뤄진 고가 아파트 계약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계약건들은 모두 강화된 대출 규제가 적용되기 전이라 집값(KB시세 기준)의 40%를 대출받을 수 있다.
서울 강남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미 정부 대책이 나올 것을 예견한 투자자들은 매물을 봐놓고 계약금을 준비한뒤, 정부 발표가 나자마자 그날 계약서를 작성하는 조건으로 순식간에 계약을 체결했다"며 "아파트 구매에 있어 대출의 영향이 매우 크기때문에, 앞으로는 아파트 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했다.
17일부터는 대출이 금지된 15억 초과 아파트, 대출한도가 축소된 9억원~15억 이내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사람들은 자금확보에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5억 초과 아파트 매매 거래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5억원을 전부 자기 자본으로 마련할 수 있는 서민이 얼마나 되겠냐. 사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15억 초과 아파트 거래는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마포래미안 푸르지오 110㎡형은 동수와 층수에 따라 12억5500~16억4000만원에 거래된다. 만약 같은 동수의 한 아파트가 15억100만원이고, 또다른 아파트는 15억원이라면 후자가 대출이 나오니 더 빨리 매매될 가능성이 높다. 15억100만원짜리는 100% 전액을 자기 자본으로 마련해야하나, 15억원 아파트는 9억원의 40%가 나오고, 초과분 6억원의 20%가 대출이 가능해 총 4억8000만원을 은행에서 빌릴 수 있다. 자기 자본은 10억2000만원으로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9억원 이상 15억원 이하 아파트도 15억 초과 아파트보다는 거래량이 늘겠지만, 전체적으로 거래 위축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 LTV 20%가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 가능 금액이 축소된다. 12억원의 경우에는 초과분 3억원에 20%가 적용돼 총 4억20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 12억원 대비 LTV 35%가 적용된 꼴이다. 15억원은 총 4억8000만원이 가능해 LTV 32%가 적용된 셈이다.
권대중 교수는 "한마디로 정부가 빚내서 집 사지 말라는 얘기"라며 "아파트를 매수할때 1000만원, 2000만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은 서민들 입장에서 매우 어렵다. 9억원 초과분은 20% 대출 한도가 적용되는 것은 상당한 심리적 위축을 불러일으킨다. 요즘 서울 집값이 크게 다 올라서 실수요 서민들이 집 사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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