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춘재 8차사건 국과수 감정, 경찰 "오류" vs 검찰 "조작"
입력 2019-12-17 15:32  | 수정 2019-12-24 16:05

경찰이 진범 논란이 일고 있는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두고 "중대한 오류"라고 오늘(17일) 잠정 결론을 내린 데 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날 경찰의 발표 내용은 며칠 전 검찰이 내놓은 "국과수 감정서가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이 사건을 둔 검경 간 긴장 기류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오늘(17일) 브리핑에서 "이춘재 8차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에 대한 국과수 감정 결과는 과학적 증거방법으로서 신뢰도가 낮다"며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반기수 경기남부청 수사본부장은 "국과수는 원자력연구원에서 분석한 현장 음모 수치를 그대로 인용하지 않았고, 1∼2차 수치에서 일부 원소 수치만을 더해 조합한 수치를 경찰에 통보했다"며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를 제외한 용의자 10명 음모는 수치 평균값이 적용됐으나 윤 씨는 일부 수치가 최댓값 또는 최솟값 등으로 임의로 적용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국과수의 감정 절차는 경찰이 감정을 의뢰하면 원자력연구원에 시료 분석을 보낸 뒤 받은 결괏값을 비교 감정해 결과를 경찰에 통보하는 구조입니다.

반 수사본부장은 당시 '모발에 의한 개인식별' 관련 연구를 진행한 국과수 감정인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법과학분야에 도입하면서 8차 사건 시료 분석 결괏값을 인위적으로 조합·첨삭·가공·배제해 감정상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지난 12일 검찰이 "윤 씨를 범인으로 최초 지목하는 데에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된 국과수 감정서가 실제 감정을 실시한 원자력연구원의 감정 결과와는 전혀 다르게 허위로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것과는 결이 다른 내용입니다.

반 수사본부장은 검찰의 '감정서 조작 결론' 발표 내용에 대해 "'조작'이라는 건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건데, 국과수 감정서를 보면 감정인이 대체로 수치를 취사선택하고 조합한 것이기 때문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최근 수사권 조정안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해 온 검경이 이번 사건을 두고도 갈등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을 고려한 듯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만 매진하겠다고 부연했습니다.

경찰은 앞서 국과수 감정 결과의 오류 여부를 밝히기 위해 관련 국내외 논문 수집은 물론 전문가 자문, 당시 연구자 진술, 국과수 질의 등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국과수와 원자력연구원 측이 8차 사건 체모 분석자료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고 하는 상황에서 수사가 자칫 답보에 빠질 뻔했으나, 수사본부는 지난달 인터넷을 통해 8차 사건 분석자료가 담긴 원자력연구원의 '중성자 방사화 분석연구' 최종 보고서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국과수 감정인이었던 A 박사는 최근 경기남부청 수사본부 측에 "당시 감정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당시 13세 박 모 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입니다.

경찰은 국과수의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 결과를 토대로 윤 씨를 범인으로 검거했습니다.

윤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감형돼 20년간 복역했습니다. 그는 무죄를 주장하며 최근 수원지법에 이 사건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MBN 온라이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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