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흑인분장은 인종차별" vs "이것은 예술"…美·러 스타 발레리나들의 신경전
입력 2019-12-17 11:06  | 수정 2019-12-17 15:34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라 바야데르`공연의 흑인 분장 논란을 두고 맞붙은 `발레 테크닉 여신`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볼쇼이 발레단 수석 발레리나(왼쪽)와 `미국 사상 최초 흑인 수석 무용수`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미스티 코플랜드 발레리나(오른쪽). 자하로바는 라 바야데르 주인공 니키야 역할 등을 통해 엄청...

'발레의 계절'인 연말, 월드 스타 발레리나들이 '흑인 분장'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 세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877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볼쇼이 극장이 처음 상영한 후 클래식 발레로 인기를 끈 '라 바야데르'(La Bayadere)에 흑인 무용수가 등장하는 장면이 논란의 배경이다.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수석 무용수인 미스티 코플랜드(37)씨가 "볼쇼이 발레단의 흑인 분장은 인종 차별"이라고 비난하자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스베틀라나 자하로바(40)씨가 "흑인 분장은 정상이며 예술"이라고 맞받아쳤다.
ABT와 볼쇼이 발레단은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파리 오페라 발레단, 영국 로열 발레단 등과 더불어 '세계 5대 발레단'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코플랜드씨는 지난 2015년 '흑인'으로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ABT 수석 무용수 자리를 따내면서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어온 발레리나이고, 자하로바씨는 고난도의 발레 테크닉을 소화해 내 따라올 사람이 없는 '발레 여신'으로 자리를 굳혀온 발레리나다.
볼쇼이발레단의 `흑인 분장 무용수` 사진을 게시한 ABT 수석 무용수 미스티 코플랜드씨의 인스타그램
문제는 14세 러시아 무용수가 인스타그램에 볼쇼이발레단의 '흑인 분장 무용수' 사진을 올린 것에서 시작됐다. 이 게시물은 흑인 분장이 가지는 민감한 차별 정서 탓에 수많은 욕설 댓글이 달리는 바람에 삭제됐지만 코플랜드씨가 이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다시 게시했다.
코플랜드 씨는 "소녀들의 흑인 분장은 인종 차별이며 편견"이라고 비난에 나섰다. 팬들도 16일까지 총6만40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로 "어린 소녀들을 까만색 분장으로 괴롭힌다"면서 응원에 나섰고 볼쇼이 발레단에 대한 비난이 커졌다.
사건이 일파만파 되자 볼쇼이 발레단의 자하로바 씨는 현지 언론 모스크바24와 인터뷰 하면서 "흑인 무용수가 없는 우리 발레단 입장에서는 흑인 분장을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정상적"이라고 한 후 "이것은 예술이다. 이상한 것은 없다"고 맞섰다. 이어 블라디미르 우린 단장도 현지 RIA통신과 인터뷰 하면서 "그런 데서 모욕감을 느끼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우리는 흑인 분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린 감독은 또 "140년 넘는 세월동안 라 바야데르를 국내외에서 수천 번도 더 공연했는데 누구도 불편한 마음으로 비난한 적이 없다"면서 "코플랜드의 비난에 불필요하게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인도 황금제국을 배경으로 사원의 무희 니키야와 전사 솔로르의 이룰 수 없는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은 `라 바야데르`는 `클래식 발레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오른쪽 아래)가 만들어 1877년 러시아 볼쇼이 극장에서 첫 공연이 이뤄진 후 꾸준히 인기를 끌어 전세계 명작 반열에 오른 작품...
라 바야데르는 '클래식 발레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1818~1910년)가 만든 작품이다. 라바야데르는 인도 황금제국을 배경으로 사원의 무희 니키야와 전사 솔로르의 이룰 수 없는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프티파는 당시 프랑스와 유럽에서 부르주아 계층이 왕정·귀족에 대항한 '1848년 혁명'의 어수선함을 피해 러시아로 건너가 러시아를 발레 강국으로 키우는데 일조했다. 프티파가 러시아에서 만들어 1877년 볼쇼이 극장에서 처음 상영된 라 바야데르는 이후에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니카야' 역할은 자하로바 무용수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따라다녔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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