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후성심근증(비대성심근증)은 뚜렷한 이유없이 계단을 오르거나 빠른 속도로 이동할 때 숨이 차고 가슴통증이 주요 증상이다. 5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비후성심근증은 일반 심장질환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돌연사 위험이 높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김욱성 교수팀은 최근 비대해진 심장근육을 절제하는 심근절제술 100례와 성공률 99%를 기록했다고 16일 밝혔다. 심근절제술은 혈관을 막고 있는 비대해진 근육의 일부를 떼어내 막혀 있던 혈관의 통로를 넓혀주는 수술이다.
100번째로 수술을 받고 지난 11월 퇴원한 나여진 씨(여 46세, 미국 거주)는 몇 년 전 어머니가 비후성심근증 수술을 받았고 13년부터 부정맥질환 약을 복용하고 치료받고 있었지만 1년전 어머니와 같은 비후성심근증 소견을 받았다. 비후성심근증이 유전적인 질환으로 알고 있어 약물치료와 주기적 검진을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가 가슴 답답함이 수술을 해야할 정도도 심해져 바로 수술을 결정했다.
나 씨는 "수술 후 가슴이 뻐근하고 답답하던 증상이 바로 사라지고 지금은 계단도 오르내릴 만큼 바로 호전되어 신기하다"며 의료진에 감사함을 전했다. 이번 삼성서울병원 100례 수술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시행된 것으로 국내에서 동기간 최다 수술건수 및 해외 유명센터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성적을 보이고 있으며, 수술 후 95%이상의 환자들이 만족하고 일반인과 동일한 일상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약물치료에 주로 의존했고 내과적 치료인 알코올 주입요법도 시행했지만, 2011년 미국심장학회에서 비후성심근증 수술적 치료가 알코올요법보다 치료효과가 낫다는 표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삼성서울병원에서는 2013년부터 김욱성 교수를 주축으로 비후성심근증 수술을 활발히 시행해 오고 있다. 2016년에는 극심한 호흡곤란과 급사 위험으로 치료가 불가능했던 79세 초고령 환자의 수술 치료를 통해 심근절제술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입증했고 매년 학회 발표 등을 통해 비후성심근증 치료에 있어 수술의 우수성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김욱성 교수는 "비후성심근증으로 진단되면 약물치료가 표준치료이지만 약물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수술을 고려해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고 완치의 길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3년 '비후성심근증 클리닉'을 개설해 순환기내과,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협진으로 체계적인 환자치료를 진행중이며, 현재 700여명 이상의 환자들이 지속적인 내과적 특별진료와 관리, 위험도 평가를 통해 돌연사 예방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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