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집값 잡겠다던 정부, 집값 올려 세금만 걷고있어"
입력 2019-12-16 10:08  | 수정 2019-12-16 12:26
[사진제공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소장]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할 필요가 없는 지역에는 규제를 하고 있고, 규제를 해야할 지역에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대전은 지금 1년 내내 오르고 있는데 아무 것도 안하고 있어요. 왜 안하고 있을까요.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닌 정치적 성향이 짙은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는 게 아니라 세금을 많이 걷기 위해 일부러 집값을 올리고 있다는 결론이 나오더라구요."(김학렬 더리서치그룹 소장)
집값 안정을 위해 2년여간 쉴새없이 부동산 규제를 쏟아낸 현 정부의 정책은 과연 정부 의도대로 작용하고 있는걸까. 이 질문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번 이상은 집중해서 읽어봐야할 길잡이 책이 나왔다. 2019년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이 왜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동시에 앞으로 당신이 사거나 살아갈 집을 고르는데 좀 더 객관적인 안목도 키울 수 있는 지침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서울 부동산 시장 수요는 서울 인구가 아닌 수도권으로 봐야"
저자인 김학렬 씨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으로 일하며 지난 20여년간 국토교통부, LH공사 등 공공기관과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국내 대표 건설사들과 1000여 개의 국내외 부동산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부동산시장조사 전문가다. 몇년 전에는 더리서치그룹으로 독립해 부동산시장 연구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꾸준히 일간지나 경제지 등에 칼럼을 써온 김 소장은 필명인 '빠숑'으로 더 유명하다. 최근에는 개인 블로그와 팟빵, 유투브 등의 매체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진단하는 동시에 단독·공동 저서로 총 18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달 초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라는 19번째 책을 선보인 그를 지난 10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소장은 현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금을 수월하게 걷기 위해 집값을 오히려 올렸다는 분석을 내놨다.
우선 정부가 수요를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시작했다. 정부가 가장 시장을 잘못 판단하고 있는 부분은 서울 부동산 수요를 현 인구 980만명이라고 단편적으로 보고 있는 점이며, 그 덕분에(?) 정책이 엉뚱하게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수도인 서울은 2000만명의 도시다. 집이 없기 때문에 서울 인접 경기도나 인천에 사는 수요는 물론 수도권에 진입하려는 수요도 대기수요로 잡아야한다"며 "서울은 (규제로) 다주택자들만 못들어올 뿐이지 대기 수요는 넘친다"고 분석했다.
지방은 다르다. 인구가 바로 수요이기 때문에 외부 유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350만명), 대구(250만명) 등이 대표적이다. 규제 정책이 투기수요의 진입을 막기 때문에 시장 규제책을 내놓으면 시세가 빠지는 모습을 보인다.
반대로 규제가 풀리면 바로 반응을 보인다. 이는 최근 조정지역에서 해제된 지역들이 투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11월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부산 수영구와 동래구, 해운대구 전역과 경기도 고양시, 남양주시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이 후 부산은 주요 단지의 시세가 '억'대로 오르며 '급등' 수준으로 올랐다.
◆ "매물이 많으면 시장은 조정된다. 늘 그래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김 소장은 서울 부동산 시장이 2017~2018년 알아서 조정 단계를 밟았다고 진단했다. 매년 3만~4만여 세대의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시장이 알아서 조정됐다는 것. 내년 입주 역시 4만여 세대가 넘어 수치로는 시장 안정이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서울 집값은 알아서 조정되지 못하고 있다. 3기 신도시 등 신규 공급을 발표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원하는 곳을 긁어주지는 않는 정책이 서울 시세 급등에 불을 지폈다는 지적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가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절대적인 물량이 아니라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입지의 낡은 물량을 새 것으로 제때 바꿀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판단이다.
김 소장은 "인구가 늘지 않기 때문에 신도시는 의미가 없다. (정부가) 착각하고 있다"며 "물량이 없다는 것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입지와 품질의 주택이 적은 것'이다. 낡은 주택을 새 주택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 현 정책"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부와 지자체들이 '분양가 승인' 관련 제제도 사용 중이다. 신규 분양 물량을 기존 공급분 수준으로 낮추지 않으면 승인을 내주지 않는 식이다. 서울 강남에서는 일부 아파트가 3.3㎡당 1억원 물량이 거래되고 있는데 입지와 상품 프리미엄이 반영된 시세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강북도 마찬가지다. 최근 인근에서 공급된 물량이 없어 10년 전 시세로 분양가를 낮추지 않으면 개발이 확정됐음에도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는 지역도 있다.
김 소장은 "이 정부는 출범 후 단 한번도 '집을 사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놀라울 정도"라면서 "정부가 '분양가를 낮춰주겠다.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메세지를 던져서 정작 집을 사야할 사람들이 결정을 미루다가 집을 못사게 됐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의 가장 큰 실책 중 하나는 다주택자의 탈출구를 막아놓은 것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보유세를 올리기 전에 양도세를 막아서 매물이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취득세와 재산세를 합쳐도 양도세만큼 높지 않다. 팔고 싶어 안달난 이들이 많은데 양도를 아예 못하게 해 탈출구를 막아버렸다"면서 "양도세를 풀면 집값은 100% 내려간다. 양도세를 개방한 상태에서 보유세를 올려야 거래가 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최근 시장은 이 정책에 증여라는 선택지로 탈출책을 스스로 마련하고 있다. "증여는 증여세와 취득세를 또 내야한다. 오죽했으면 증여를 선택하겠느냐"고 반문한 김 소장은 "양도세를 풀면 매물도 나오고 세금도 걷히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 "'부동산 폭등 시대'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전문가 믿지마라"
마지막으로 김 소장은 '누가 부동산으로 돈 벌었다더라'라는 소문에 조급하게 대처하는 것을 절대 금물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실거주자라면 비싸게 들어가도 상관없다. 실제 거주하는 수요이고 집값은 우상향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그리고 투자수요의 경우 가치보다 가격이 싼, 즉 저평가된 물건에 들어가야 그것이 '투자'이지 전문가라는 누군가가 찍어주는 데로 몰려가는 것은 '투기'라고 지적했다.
무조건 정책을 비판하지만은 않았다. 다주택자 등의 손발을 묶어두고 무주택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신규물량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 정책은 잘하고 있다는 후한(?) 평을 내렸다.
김 소장은 "정부 정책과 전문가들의 메세지가 늘 반대는 아니다"면서도 "무주택자들에게 기회가 돌아가고 있다. 실수요라면 하루라도 빨리 첫 집을 마련해 볼 것을 권한다. 한번이라도 거래를 해보면 그만큼 관심이 생기면서 그 집 시세에 대한 추이도 찾아보면서 5~10년 비교하는 눈이 생기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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