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가 수습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은행들의 잔혹사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과 라임자산운용 펀드 등 '폭탄'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헤리티지 DLS와 라임자산운용 펀드와 관련된 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이들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이 '초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독일 헤리티지 DLS와 관련해 금융회사들이 체결했던 계약서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독일 헤리티지 DLS는 독일 현지 시행사인 저먼프로퍼티그룹(옛 돌핀트러스트)이 독일 고성·유적지를 리모델링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싱가포르 반자란자산운용의 역외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다. DLS는 이자율이나 실물자산 등 다양한 기초자산의 가격이 특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약정된 수익을 얻는 상품을 말한다.
하지만 독일 현지 사업의 인허가 지연으로 예정된 기간 내에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지면서 만기가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기를 미룬다고 해서 개발 사업이 단기간에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순간에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독일 헤리티지 DLS 상당수가 은행 창구에서 팔렸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 복합점포인 PWM센터에서 약 4000억원어치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약 500억원), 우리은행(약 230억원)이 판매한 규모도 작지 않다.
라임자산운용 펀드도 독일 헤리티지 DLS 못지않게 심각하다. 라임자산운용은 현재 1조5000억원대에 달하는 펀드의 환매를 중단한 상태다. 라임자산운용 펀드는 우리은행이 8000억원어치, 신한은행이 4900억원어치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자산운용은 단기간에 운용 자산을 키워온 회사다. 운용 자산이 2017년 말 1조4500억원에서 2018년 말에는 3조64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올해 7월 말에는 6조원대까지 불었다.
무리한 투자 논란을 일으키면서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1월부터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등 3개 펀드에 대한 회계실사를 하고 있다. 실사 기간은 한 달 정도로 예상됐으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고운용책임자(CIO)였던 이종필 부사장의 잠적으로 실사 진행 속도가 더뎌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에서 일일 동향을 보고받고 있다. 실사 결과에 따라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DLF 관련 수습을 마친 금융당국이 헤리티지·라임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치할 것으로 예상돼 은행들도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DLF에 이어 라임·헤리티지로 이어지는 은행들의 '잔혹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같은 손실 논란은 현재의 저금리 기조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자이익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 금융상품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익을 확대해야 하는 입장이다. 금융상품이 투자자로부터 매력을 얻으려면 예상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데, 역시 저금리 기조에서 예상 수익률을 높이려면 그만큼 위험성이 큰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가 은행의 금융상품 판매에서 악순환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DLF 사태 재발 방지 대책으로 '고난도 사모상품'의 은행 판매를 금지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금융당국은 최근 증권사 등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리한 투자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한편 해외금리 연계 DLF를 판매한 우리·KEB하나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는 내년 1월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월 제재심은 9일, 16일, 23일에 세 차례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DLF와 관련해 두 차례 정도 논의될 것이라는 예측이 금감원 안팎에서 나온다.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DLF 불완전 판매에 대한 배상 비율을 결정하고, 금융당국이 DLF 사태 재발 방지 대책 확정안을 내놓은 데 이어 제재심까지 마무리되면 지난 8월 이후 금융권을 흔들어놓았던 DLF 사태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 <용어 설명>
▷ 독일 헤리티지 DLS : 독일 시행사 저먼프로퍼티그룹(옛 돌핀트러스트)의 독일 유적지 리모델링 사업에 투자하는 역외펀드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파생결합증권(DLS)을 말한다. 역외펀드는 싱가포르 반자란자산운용이 운용을 맡고 있다.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융당국이 헤리티지 DLS와 라임자산운용 펀드와 관련된 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이들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이 '초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독일 헤리티지 DLS와 관련해 금융회사들이 체결했던 계약서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독일 헤리티지 DLS는 독일 현지 시행사인 저먼프로퍼티그룹(옛 돌핀트러스트)이 독일 고성·유적지를 리모델링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싱가포르 반자란자산운용의 역외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다. DLS는 이자율이나 실물자산 등 다양한 기초자산의 가격이 특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약정된 수익을 얻는 상품을 말한다.
하지만 독일 현지 사업의 인허가 지연으로 예정된 기간 내에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지면서 만기가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기를 미룬다고 해서 개발 사업이 단기간에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순간에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독일 헤리티지 DLS 상당수가 은행 창구에서 팔렸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 복합점포인 PWM센터에서 약 4000억원어치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약 500억원), 우리은행(약 230억원)이 판매한 규모도 작지 않다.
라임자산운용 펀드도 독일 헤리티지 DLS 못지않게 심각하다. 라임자산운용은 현재 1조5000억원대에 달하는 펀드의 환매를 중단한 상태다. 라임자산운용 펀드는 우리은행이 8000억원어치, 신한은행이 4900억원어치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자산운용은 단기간에 운용 자산을 키워온 회사다. 운용 자산이 2017년 말 1조4500억원에서 2018년 말에는 3조64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올해 7월 말에는 6조원대까지 불었다.
무리한 투자 논란을 일으키면서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1월부터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등 3개 펀드에 대한 회계실사를 하고 있다. 실사 기간은 한 달 정도로 예상됐으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고운용책임자(CIO)였던 이종필 부사장의 잠적으로 실사 진행 속도가 더뎌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에서 일일 동향을 보고받고 있다. 실사 결과에 따라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DLF 관련 수습을 마친 금융당국이 헤리티지·라임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치할 것으로 예상돼 은행들도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DLF에 이어 라임·헤리티지로 이어지는 은행들의 '잔혹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같은 손실 논란은 현재의 저금리 기조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자이익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 금융상품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익을 확대해야 하는 입장이다. 금융상품이 투자자로부터 매력을 얻으려면 예상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데, 역시 저금리 기조에서 예상 수익률을 높이려면 그만큼 위험성이 큰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가 은행의 금융상품 판매에서 악순환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DLF 사태 재발 방지 대책으로 '고난도 사모상품'의 은행 판매를 금지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금융당국은 최근 증권사 등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리한 투자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한편 해외금리 연계 DLF를 판매한 우리·KEB하나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는 내년 1월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월 제재심은 9일, 16일, 23일에 세 차례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DLF와 관련해 두 차례 정도 논의될 것이라는 예측이 금감원 안팎에서 나온다.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DLF 불완전 판매에 대한 배상 비율을 결정하고, 금융당국이 DLF 사태 재발 방지 대책 확정안을 내놓은 데 이어 제재심까지 마무리되면 지난 8월 이후 금융권을 흔들어놓았던 DLF 사태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 <용어 설명>
▷ 독일 헤리티지 DLS : 독일 시행사 저먼프로퍼티그룹(옛 돌핀트러스트)의 독일 유적지 리모델링 사업에 투자하는 역외펀드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파생결합증권(DLS)을 말한다. 역외펀드는 싱가포르 반자란자산운용이 운용을 맡고 있다.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