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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부동산] 입지도 땅값도 안따지고…강남 분양가 무조건 4750만원
입력 2019-12-15 17:36 
올해 서울 강남구에서 분양한 모든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4750만원, 서초구는 4891만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규제를 강화한 이후 분양 물건·시기 등과 상관없이 똑같은 가격이 매겨진 것이다. HUG가 분양가를 심사할 때 분양 아파트가 속한 자치구 내 1년 이내에 분양한 아파트가 있으면 그 분양가를 초과할 수 없게 한 조치에 따른 결과다.
이러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분양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는 내년 4월 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분양가가 정해진 상황에서 성냥갑처럼 천편일률적인 아파트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개포프레지던스자이 아파트가 오는 27일 견본주택을 열 예정이다. 6개월 유예기간 덕분에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고 HUG의 분양가 규제를 받게 됐다. 이 단지는 HUG의 분양가 심사를 앞두고 있지만 이미 분양가가 3.3㎡당 4750만원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월 이후 강남구에서 분양한 단지 가격은 다 같기 때문이다. 이 가격은 HUG가 분양가 규제를 강화하기 직전 분양한 디에이치포레센트 분양가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서초구 상황도 마찬가지다. 내년 4월 말 전 분양을 신청하려는 서울 서초구 신반포 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원베일리도 분양가가 3.3㎡당 4891만원일 것으로 예상한다.

조합 관계자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보다는 HUG의 분양가 규제를 적용받는 게 사업성 측면에서 낫다"면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내년 4월 말까지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하고 상한제를 피하겠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분양가가 6월 이후 3.3㎡당 4891만원으로 통일됐다. 이 가격은 5월 분양한 방배그랑자이의 가격과 같다. 분양 단지별로 엄연히 주변 시세나 선호도가 다른데 똑같은 분양가가 매겨지면서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5월 분양한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와 7월 분양한 서초동 서초그랑자이가 대표적이다. 서초그랑자이 주변 시세가 방배그랑자이보다 높은데 분양가는 똑같게 책정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그랑자이 인근 래미안서초에스티지(2016년 입주)는 10월 전용면적 83㎡가 21억원에 거래됐다. 3.3㎡당 6176만원 수준이다. 반면 방배그랑자이 인근 방배아트자이(2018년 입주)는 같은 달 전용면적 84㎡가 18억원에 거래됐다. 3.3㎡당 5294만원 수준이다. 이처럼 아파트 땅값·공사비와 상관없이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당분간 고급 아파트는 보기 힘들 전망이다. 대신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하고 부실 공사가 늘어날 수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분양가 통제로 사업성이 떨어지면 조합으로선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공사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결국 품질 저하나 옵션 장사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HUG 관계자는 "분양가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단지별 땅값과 공사비를 일일이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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