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서울 집값 올 -0.2%"…감정원 황당한 통계
입력 2019-12-15 17:35  | 수정 2019-12-15 21:03
올해 서울에서 실거래된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보다 평균 10% 이상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 산하 부동산 평가기관인 한국감정원의 매매가격 통계로 보면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30개월간 실거래가는 40% 이상 오른 반면 감정원은 약 10% 상승에 불과하다는 엇갈린 통계 수치와 일맥상통한다. 시장에선 이런 잘못된 통계가 왜곡된 부동산 정책의 시작이라며 '사실을 호도하는 통계부터 바로잡아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온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감정원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가격동향지수는 107.1로 지난해 말 107.3에 비해 0.2%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감정원의 통계는 실거래가격 통계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부동산114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가 이뤄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를 전수조사한 결과 올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격은 8억2376만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6억9638만원에 비해 18.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달 분석해 발표한 서울 주요 34개 아파트 단지 3.3㎡당 평균 시세도 작년 말 4574만원에서 11월 말 5051만원으로 10.4%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이후 최근까지 약 30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값 통계 역시 마찬가지다. 감정원 가격동향지수는 10.9% 상승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동산114의 국토부 실거래가 통계 분석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서울 지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40.8% 올랐다. 매월 실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KB부동산의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도 지난 30개월 동안 45.2% 상승했다. 감정원 통계가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 집값과는 괴리가 매우 큰 것이다.

국토부와 감정원은 "일부 고가 주택과 인기 단지 위주의 실거래가를 근거로 하면 시장 상황을 과잉 해석할 수 있는 만큼, 비인기 지역 나홀로 아파트까지 포함하고 중개사무소의 호가 정보와 감정원의 정성평가를 반영한 현행 표본 통계가 바람직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남권 아파트는 차치하고 강북 지역 소규모 단지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실거래가도 최근 30개월간 40% 안팎으로 오른 만큼 정부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부동산 통계가 국민이 느끼는 현실 집값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정부의 상황 판단과 정책 결정에도 잘못된 신호로 작용할 수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매일경제신문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강북 지역 3개동 이하 소규모 단지 3곳 중 실거래가가 6억원 이하인 아파트 매매가격을 살펴본 결과 최근 30개월간 매매가격이 4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월드컵현대(2개동·254가구) 전용 59㎡는 2017년 4월 3억8500만원에서 지난달 6억원으로 30개월 사이 55.8%나 올랐다. 2017년 5월 4억2200만원에 거래됐던 성북구 하월곡동 서희스타힐스(1개동·198가구) 전용 84㎡도 올해 10월 6억원에 거래돼 42.2% 상승했다.
높은 실거래가격이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인기 지역 주요 단지에 국한돼 있다는 국토부와 감정원 설명은 사실과 달랐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부동산 통계를 편의에 따라 이중적으로 접근해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데 있다. 새로운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놓을 때는 강남 지역의 실거래가 급등을 근거로 하면서도, 부동산 정책에 대해 평가할 때는 현실과 괴리가 있는 통계를 근거로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켰다"고 엇갈린 주장을 반복해왔다.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거래가를 중심으로 부동산 통계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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