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칸·베니스 대상작 입장권 수입도 쏠쏠하네
입력 2019-12-11 11:23  | 수정 2019-12-11 13:15

칸과 베니스 영화제 대상작이 전 세계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한동안 칸과 베니스 선택을 받은 작품들이 흥행에선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던 것과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탈권위의 시대 각종 시상식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영화제는 화제성 제고 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11일 전 세계 극장 티켓 매출을 집계하는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제 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은 '기생충'은 최근까지 영화표를 1억1857만달러(약 1412억원) 어치 판매했다. 이는 칸 영화제 대상작이 2010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올린 평균 매출인 362억원과 비교해 4배에 가깝다. 아울러 이번 베니스 국제영화제 대상작 '조커'는 10억5582만달러(1조257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동영화제 대상작의 10년 평균 매출인 1515억원의 8배를 넘는다.
1990~2000년대엔 두 영화제 대상작이 흥행에서도 성공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 황금종려상의 경우 1994년 '펄프픽션', 2002년 '피아니스트', 2004년 '화씨 911'이 1억~2억 달러의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다. 황금사자상에선 2005년 '브로크백 마운틴'이 1억7806만 달러 티켓 매출을 올린 것에 이어 2007년 '색, 계', 2008년 '더 레슬러'도 5000만 달러를 넘나드는 글로벌 수익을 자랑했다.
그러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두 영화제 대상작의 입장권 판매량에 변화가 생겼다.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1억달러 수익을 낸 작품은 등장하지 않았고, 대다수는 수백만 달러 대에 그쳤다. 황금사자상의 경우 2010~2016년 수상작 평균 매출이 300만달러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전문가들만이 보는 영화제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3대 영화제 수상작 프리미엄이 줄어들었다"며 "영화권력은 전문가가 아니라 관객이라는 점을 확증했다"고 해석했다.
2017년 칸 영화제에서 넷플릭스 '옥자'를 경쟁부문에 초청한 건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홀드백(극장 개봉 후 IPTV 등 공개를 보류하는 기간)을 두지 않는 정책으로 극장사업자와 갈등을 빚던 넷플릭스를 초대함으로 칸 영화제는 화제를 일으켰다. 2015년 이미 넷플릭스 '국적 없는 짐승'을 경쟁부문에 부른 바 있는 베니스 영화제는 지난해 이 회사 제작 영화 '로마'에 대상을 주는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배급 방식에 논란이 있었던 넷플릭스 영화에 상을 줌으로써 기존보다 관대해지고, 시대 흐름에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조커5
특히나 올해 두 영화제 대상작은 모두 의외의 수상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칸 영화제에선 지난해 일본 영화 '어느 가족'에 대상을 수여한 바 있기에 같은 아시아권 작품에 잇달아 시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고, 베니스영화제는 히어로 영화에 상을 준 전례가 없었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조커'는 마틴 스콜세지 영화에서 차용한 장면이 많다는 논란이 있을 정도로 독창성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는 작품"이라며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고려를 많이 하는 유럽 영화제에서 오로지 작품 완성도만 보고 상을 준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영화제 수상작과 대중 사이의 괴리는 점점 좁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권위자의 발언을 어느 세대보다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밀레니얼(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생)이 콘텐츠 소비 주축으로 부상하는 영향이다. 김효정 평론가는 "영화제는 자신의 변치 않는 가치를 숭배하는 것을 무기로 삼는 반면 관객은 더 이상 영화제에서 어떤 가치를 고수하는지 중요시하지 않는 것 같다"며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칸 영화제가 향후 5~10년에도 기술과 매체의 변화에 관심 갖지 않는다면 완전히 묻혀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성은 평론가는 "콘텐츠를 감상할 방법이 다양해진 이유로 영화제를 따라다니며 예술영화를 찾아보는 사람도 적어졌다"며 "대중이 영화를 접하는 채널이 다양해질수록 영화제가 갖는 위상도 떨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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