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 가서도 다른 아이들을 지켜주는 우리 착한 민식이, 미안하고 엄마 아빠가 많이 사랑한다."
스쿨존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가 오늘(10일) 아들 이름을 딴 '민식이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장면을 눈물 속에 지켜봤습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민식이법, 즉 스쿨존 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처리했습니다.
지난 9월 11일 민식 군의 사고를 계기로 지난 10월 13일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발의 약 2달 만인 이날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민식 군의 부모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 나란히 자리해 법안이 가결되는 과정을 숨죽인 채 지켜봤습니다.
민식 군의 아버지 김태양 씨는 법안이 처리된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안 통과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앞으로 다치거나 사망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김씨는 "여기까지 힘들게 왔다"며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려고 했던 이유는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안전해졌으면, 다치거나 사망하지 않길 바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씨 부부는 민식 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요청에 울먹이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다가 "너를 못보는 아픔에서 평생 헤어나올 수 없겠지만, 그래도 너의 이름으로 된 법으로 다른 아이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을 막아줄 수는 있을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또 다른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법안인 '하준이법'(주차장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주차장법 개정안) 처리 소식을 고 최하준 군 부모에게 문자 메시지로 직접 알리기도 했습니다.
하준이법은 지난 2017년 10월 놀이공원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이 굴러오는 사고로 숨진 하준 군 사고를 계기로 경사진 주차장에 미끄럼 방지 고임목 등을 설치하도록 한 법안입니다.
김씨는 "어린이 생명안전 관련 법 중 '해인이법'과 '태호·유찬이법'이 남아있다"며 "남은 법안들도 20대 국회 안에 챙겨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식 군 부모는 다른 교통사고 피해 어린이 부모들과 함께 민식이법이 당초 처리될 예정이었던 지난달 29일 본회의가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으로 무산되자 국회에서 눈물로 법안 통과를 호소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당초 본회의가 예정됐던 전날에도 국회를 찾았지만 본회의 연기 소식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법안 처리 후 민식 군의 어머니인 박초희 씨와 하준 군의 어머니인 고유미 씨는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을 통해 법안 통과 소감을 전했습니다.
박 씨는 "우리 아이들의 이름이 밑거름돼 이 사회에서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더는 아이들 희생으로 빚진 법안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밝혔습니다.
고 씨는 "해인이법과 태호·유찬이법, 한음이법(어린이 통학차량 내 카메라를 설치해 어린이의 하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은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며 "국회는 민생법안을 처리했다고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