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0일 아르헨 포퓰리즘 정권 취임…37세 경제부장관, IMF와 부채 협상 `아르헨의 명운` 짊어져
입력 2019-12-10 16:23  | 수정 2019-12-10 16:33
"자랑스러운 저의 내각 장관들입니다" 10일(현지시간) 취임을 앞두고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공개한 연방 정부 장관들. 경제 사령탑 격인 경제부 장관은 37세 마르틴 구스만이 맡았다(오른쪽 위). [사진 출처 = 페르난데스 대통령·마르틴 장관 트위터]

'국가 부도 위기'에 놓인 남미 2위 경제대국 아르헨티나가 10일(현지시간)부로 새 정권을 맞아들이면서 '30대 경제 사령탑'에 눈길이 모이고 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새 대통령이 이끄는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 10월 1일부로 취임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이끄는 국제통화기금(IMF)과 부채 협상 기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 7일 취임을 앞두고 주요 부처 장관들을 발표하면서, 경제부 장관으로는 37세 경제학자 마르틴 구스만을 낙점했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더불어 10일 부로 임기를 시작한 구스만 경제부 장관은 IMF식 긴축개혁 비판자이며,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가까운 제자라고 아르헨티나 인포바에·라나시온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새 부통령이 전임 대통령(2007년 12월~2015년 12월)이던 시절 경 '대통령의 경제 멘토'역할을 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은 2800억 달러(약 334조 1800억원)에 이르는 정부 부채를 두고 IMF와 협상을 이끄는 자리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은 정부 외채 2800억 달러 중 1010억 달러 상환을 미루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바 있는데 새 정권도 마찬가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스만 장관은 앞으로도 뉴욕 IMF본부를 오가며 "2년 안에는 (1010억 달러)채무를 상환하지 못한다"는 아르헨티나 측 의견을 관철하는 일을 하면서, 긴축은 일단 접고 대규모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가 "아르헨티나 새 정권이 일단 긴축정책 등으로 정부 부채 비율을 낮춰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밝힌 입장과 온도차가 분명한 셈이다.
30대인 구스만 장관은 미국 브라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컬럼비아대 연구조교를 하는 등 주로 미국에서 활동한 소장파 학자라는 점에서 정치적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페르난데스 새 대통령은 "그는 아주 잘 준비된 청년"이라면서 "우리 나라의 부채 분쟁과 거시 경제 갈등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기대를 표했다.
다만 'IMF 반대파' 구스만 장관도 급격한 시장 폭락을 맡기 위해 유화적인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글로벌 시장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9일 아르헨티나 100년 만기 국채는 2주 만에 처음으로 42센트 이상으로 거래됐으며, 2023년 1월물은 대선 직전인 지난 10월 25일이후 처음으로 43센트 이상에 거래됐다고 로이터가 이날 전했다.

아르헨티나 새 정권 경제라인은 글로벌 시장 관심을 끌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브라질과 더불어 남미를 대표하는 자원부국·농업국가라는 점 때문이다. 중앙은행 총재로는 '네스토르·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 부부 대통령 시절 부총재(임기 2004~2015년)를 지낸 미겔 앙헬 페세(57)가 임명됐다.
페세 총재는 이전 정권에서 중앙은행이 연74.8%까지 끌어올린 기준금리를 다시 낮추고 경기부양에 나서는 한편 외환 방어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중앙은행은 '포퓰리즘의 여왕' 크리스티나 전 대통령 시절 페소화 가치 폭락을 막기 위해 개인과 기업의 달러 매입을 제한해 암시장만 양산하면서 외환 시장 왜곡을 초래했다는 혹평을 받은 바 있다.
연간 55%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 중인 가운데 통계청장은 마르코 라바그나(45) 전직 의원이 맡았다. 라바그나 청장은 포퓰리즘 계열로 네스토르 정권시절 로베르토 라바그나 경제부 장관의 아들이다. 통계청은 크리스티나 전 대통령 시절 살인적 물가를 감추기 위해 통계 조작을 일삼았다는 의혹 탓에 2016년 마크리 정부 당시 물가 산정 체계를 바꿨는데 이번에 다시 바뀔 지 여부에 눈길이 모인다.
글로벌 기업들의 개발투자 관심이 몰리는 에너지 분야에서는 전문가 출신 세르히오 란지아니(59) 장관이 지휘봉을 잡아 앞으로 몇 달 동안은 가스·전기요금을 동결할 것이라고 라나시온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한 공격적 개발·수출' 기조를 천명했던 마크리 전 정부와 달리 새 정권에서는 '국내 수요·자국 중소기업 우선' 정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깊은 농업 분야에서는 루이스 바스테라(61) 의원이 농업부 장관직을 맡아 '농산물 수입 대미 의존도'를 줄이려는 중국 등으로 농산물 수출을 늘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페르난데스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두 나라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외교적 과제를 넘겨 받았다. 9일(현지시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0일 취임식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특사인 아르켄 이미르바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 출...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외무부 장관직은 펠리페 솔라(69) 전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가 맡았다. 페르난데스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두 나라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외교적 과제를 넘겨 받았다.
아르헨티나가 새 정부 출점을 1주일 여 앞둔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중국에 콩 수출을 늘리자 이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브라질·아르헨티나에 철강관세 부활'을 선언한 바 있다. 앞서 '라틴 일대일로(중국 발 경제협력벨트)'에 관심이 많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새 정권 출범 축하'메시지를 담은 손편지를 직접 써 아르헨티나 주재 중국 대사를 통해 페르난데스 대통령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또 아르켄 이미르바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특사를 보내 9일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접견하도록 하면서 "전략적 상생관계를 원한다"고 전하는 등 외교 틈새를 노리고 있다.
지난 달 멕시코에서 만난 페르난도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암로 멕시코 대통령. [사진 출처 = 멕시코 대통령실]
페르난데스 정권은 '좌파 포퓰리즘' 정권으로 출범한 만큼 라틴 대륙 내에서 좌파 정권 결집에 힘쏟을 전망이다.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 등 기존 협력체 내에서 옆나라 브라질의 극우 정치인이자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의 불편한 협력 문제, '89년 만에 좌파 정권 승리'를 일궈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친분 다지기 등 외교 노선 변화를 모색 중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일찌 감치 10일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 불참을 선언하고 정부 대표단 파견도 취소했다가 정치권 여론에 밀려 아미우톤 모우랑 부통령을 보내기로 했다고 뒤늦게 밝히기도 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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