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헝가리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에서 한국이 독일을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한·헝가리 수교 30주년 행사에서 죄르지 머톨치(Gyorgy Matolcsy) 헝가리 중앙은행 총재는 "올해 한국이 외국인 직접투자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인사 중에서는 이주열 한은 총재와 최규식 주 헝가리 대사 등이 행사에 참석했다.
기존의 대(對)헝가리 외국인 직접투자 1위는 인근 국가인 독일이었다. 헝가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산업인 자동차와 관련해 독일 기업 투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인 아우디와 메르세데스 벤츠가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이며, BMW도 공장을 짓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한국 대기업들이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헝가리에 짓기로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초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이사회를 열고 각각 5600억원, 9452억원을 헝가리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 공장설비 증설을 위한 것이었고,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에 두 번째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처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같은 국내 대기업들이 헝가리 투자에 적극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법인세율 때문이다. 세금정책 연구기관 택스 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의 2018 국가분석 자료에 따르면 헝가리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9%의 고정 법인세율을 운영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국내 기업이 헝가리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한국에 보내는 러브콜이 더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위해 파격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리고, 투자 매칭에까지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6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한국·헝가리 수교 3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양국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떠마쉬 버르거 헝가리 외교부 정보 차관, 죄르지 머톨치 헝가리 중앙은행 총재, 이 총재, 최규식 주 헝가리 한국대사.
[사진 출처 = 주헝가리 한국...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17년 1300만 달러에 불과했던 헝가리 직접투자 규모는 지난해 3억9300만 달러로 급증했고, 올해는 지난 6월말 기준 이미 작년 수준에 육박하는 3억6100만 달러를 기록한 상황이다. 신규법인수도 2017년 8개에서 작년 19개, 그리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20개에 달했다. 그러면서 2년 전 해외직접투자 규모 60위에 불과했던 순위도 작년에 22위로 껑충 뛴데 이어 올해는 16위까지 오른 상황이다.[사진 출처 = 주헝가리 한국...
입지조건도 좋다. 헝가리는 오스트리아·크로아티아·루마니아·슬로바키아·우크라이나·슬로베니아·세르비아몬테네그로 등 유럽 7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특히 내륙 고속도로 인프라스트럭처가 우수하며,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2시간 거리에 다른 유럽 국가로의 이동도 가능하다.
한편 최근 열린 한·헝가리 수교 30주년 행사에서도 헝가리 내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 행사 참석자는 "헝가리 중앙은행 총재가 책임자 10여 명을 데리고 컨퍼런스에 참석해 이주열 총재에게 질문을 쏟아 부었다"며 "헝가리가 한국처럼 국가 성장을 도모하는 데 필요한 정책과 중앙은행의 역할 등을 쉴 새 없이 물었다"고 말했다.
[송민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