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별세하며 대우그룹 랜드마크였던 대우빌딩(현 서울스퀘어)의 기구한 운명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주인이 5차례나 손바뀜하는 와중에 소유주 대우그룹, 금호그룹, 모건스탠리운용 모두 몰락했기 때문이다. 서울스퀘어는 이같은 비운을 딛고 최근 NH프라임리츠 품에 안기면서 투자자들에게 '고배당·고수익'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스퀘어가 건립된 것은 42년전인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우그룹은 교통부가 해당부지에 짓고 있던 건물을 1973년 사들인 뒤 계열사 대우건설이 직접 건설해 1977년 6월 준공했다. 지하 2층·지상 23층으로 높이도 높이였지만 대지면적 1만583㎡(3201평), 연면적 13만2806㎡(4만174평)에 달하며 당시 서울 최대 규모 빌딩 중 하나였다.
대우그룹의 본사로 활용되던 대우빌딩은 그룹 해체 후폭풍으로 첫번째 손바뀜이 일어나게 된다. 금호그룹이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대우건설 소유였던 대우빌딩 역시 같이 딸려갔기 때문이다. 빌딩 꼭대기 간판 역시 대우그룹에서 금호그룹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금호그룹 역시 서울스퀘어의 기구한 운명을 비껴갈 순 없었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재무적투자자를 유치한 금호그룹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대우건설 주가가 빠질 경우 손실을 보전해주는 풋옵션 조항을 내걸었다. 이같은 풋옵션 조항은 그대로 독이 돼 돌아왔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주가가 빠질 경우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했다. 때문에 대우건설 주가 관리를 위해 대우빌딩을 2007년 7월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부동산운용 부문을 상대로 9600억원에 재매각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금호그룹은 이후 위기에 처한다. 대우건설 인수 이후 2008년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까지 인수한 금호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케이오(KO) 당했다. 재무적 부담은 크게 늘어난 반면 대우건설 주가 하락으로 물어줘야할 풋옵션 손실이 막대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대우건설은 2010년 6월 KDB산업은행에 재매각됐다.
금호그룹으로부터 대우빌딩을 사들인 모건스탠리는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2009년 11월 서울스퀘어라는 현재 이름으로 이를 재개관한다. 문제는 그 사이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다는 것이다. 경기가 급격히 꺾이며 입주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때문에 빌딩 가치는 급락했다. 모건스탠리는 버티지 못하고 2010년 싱가포르계 알파인베스트먼트에 이를 손절매하며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는 이 후유증으로 한국내 부동산운용 부문 사업을 전면 철수했다가 최근 업무 재개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파인베스트먼트 인수 이후 서울스퀘어 가치는 느리지만 꾸준히 회복됐다. NH투자증권은 올해 3월 알파인베스트먼트로부터 서울스퀘어를 9800억원에 사들였다. 2007년 이후 외국계 금융사 소유였던 대우빌딩이 드디어 국내 기관 손으로 돌아온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사들인 서울스퀘어 수익증권을 상장리츠인 NH프라임리츠와 삼성화재, 군인공제회,농협중앙회 등 국내 기관투자가에 전량 재매각했다. 수익증권이란 부동산을 주식 형태로 거래할 수 있는 증권을 뜻한다. 42년간 다사다난한 역정을 겪었던 대우빌딩의 현재 종착역은 NH프라임리츠 주주와 국내 기관투자가인 셈이다.
그동안 대우빌딩 소유주들이 인수 이후 고생길에 접어든 반면 현재 시점 투자자들은 남몰래 웃음지고 있다. NH프라임리츠는 지난 5일 상장 첫날 상한가로 직행했으며 10일 오전 11시 현재 6110원에 거래되며 공모가 5000원 대비 22.2%나 올라있는 상태다. NH프라임리츠는 공모가 기준 연 5.52% 배당수익률도 기대되고 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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