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멕시코 대사가 대낮에 아르헨티나 유명 서점에서 1만원짜리 책을 훔친 것이 들통나 본국으로 돌아갔다. 국제적 망신살을 사게 된 멕시코에서는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무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주 아르헨티나 대사를 즉시 본국으로 귀환할 것을 명령했으며 윤리위원회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책 도난 사건 주인공은 지난 8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부임한 리카르도 발레로(76) 대사라고 멕시코 엘우니베르살과 아르헨티나 인포바에 등이 이날 전했다.
발레로 대사는 지난 10월 26일 오후 1시30분께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엘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서점에서 책 한 권을 훔치다가 경찰에 현행범으로 덜미를 잡혔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엘아테네오 서점은 오페라하우스를 닮은 내부 모습으로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핫 스팟(명소)'으로 통한다.
발레로 주 아르헨티나 멕시코 대사가 엘아테네오 서점에서 책을 꺼내 신문 사이로 감추는 CCTV 영상 [출처 = 아르헨티나 인포바에]
발레로 대사가 훔친 책은 '바람둥이'로 유명한 이탈리아인 카사노바 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590아르헨티나 페소(우리 돈 1만1700원)정도다. 카사노바 책은 슬쩍 훔쳤지만 음악CD는 구매했다.다만 발레로 대사는 구매한 CD와 훔친 책을 쇼핑백에 넣고 서점을 빠져나가려던 중 출구에서 경보음이 울리는 바람에 보안 요원들에게 붙잡혔다. 대사는 애초에 선글라스를 끼고 서점에 들어왔지만 CCTV 영상에 자신이 책꽂이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들고 있던 신문 사이로 집어넣는 모습이 그대로 찍히는 바람에 쉽게 신상이 드러났다.
발레로 대사는 교수 출신 외교관으로 사회적 명망을 받는 직업을 가졌지만 1만원짜리 카사노바 책 한 권에 체면을 구기게 됐다. BBC 문도에 따르면 대사는 지난 12월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으로부터 아르헨티나 대사로 임명됐다. 앞서 2001~2004년 칠레 대사를 지냈고, 멕시코자치국립대학교(UNAM) 교수였다.
`우리나라 대사가 주인공이라 창피하네요…`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부 장관은 "주 아르헨티나 대사를 즉시 본국으로 귀환할 것을 명령했으며 윤리위원회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출처 = 트위터]
9일 암로 대통령은 정기적으로 하는 오전 기자회견에서 "발레로 대사 사건은 조사 중이며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면서도 "누구나 실수를 한다. 정치적으로 악용하거나 인간적으로 모욕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브라르드 외무 장관은 "정직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이 원칙"이라고 말했다.발레로 대사가 슬쩍 훔치려던 책 [출처 = 아르헨티나 인포바에]
인포바에 등 아르헨티나 언론에 따르면 기소 등 절차는 아르헨티나 수사당국이 관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26일 도난 사건 현행법으로 붙잡히던 당시 발레로 대사는 서점에서 현지 경찰에 두 시간 여 조사를 받았지만 외교 면제 특권에 따라 풀려났었다.[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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