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해외직구도 큰놈만 산다…`M&A` 열풍
입력 2019-12-09 17:43  | 수정 2019-12-09 21:23
지난달 해외 주식을 직접 거래하는 해외 직구족들은 주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주식만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다양한 기술주나 해외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과 반대로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시가총액 1·2위 대장주에 집중한 것이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 달간 해외 주식 거래에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만 순매수액이 2500만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매수액 5712만달러, 매도액 2810만달러로 순매수액이 2902만달러였고 애플은 매수액 4310만달러에 매도액 1557만달러로 순매수액이 2753만달러였다.
그동안 해외 직구족들이 꾸준히 순매수해왔던 종목 대부분이 11월에는 순매도로 돌아섰다. 아마존만 소폭 순매수였을 뿐 대표적인 기술주인 AMD는 2262만달러 순매도, 엔비디아는 621만달러 순매도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채권 금리가 9월 들어 반등하며 채권 상승세가 끝나자 채권 ETF도 강한 순매수로 돌아섰다. 반에크 이머징 로컬표시채권 ETF는 2866만달러 순매도를 기록했고 아이셰어 이머징 달러표시채권 ETF 역시 3060만달러 순매도를 기록했다.
그동안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각광받던 채권 ETF 대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두 종목에만 매수가 몰린 이유는 최근 미국장 강세를 시총 1·2위 종목이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연초 대비 67% 올랐고 1년 전에 비하면 58%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연초 대비 47% 올랐고 1년 전과 비교하면 43%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초부터 해외 직구족에게 인기가 많았으며 애플 매수세는 최근 4분기부터 살아났다. 10월부터 애플 주가 상승이 본격화하는 것을 목격한 국내 투자자들이 애플 주식까지 집중적으로 매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애플 주가는 아이폰 부진으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미국 시총 1위를 차지하다가 아이폰10 판매 부진에 대한 실망감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 시총 1위를 빼앗기기도 했다. 다만 최근에는 iOS를 비롯한 서비스 운영체제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해 향후 수익성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애플스토어, 앱스토어 등 서비스 관련 매출이 지난해보다 23%가량 늘어났는데 아이폰 하드웨어 마진이 30%라면 서비스·소프트웨어 마진은 60%이기 때문에 향후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기대로 애플 주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클라우드 부문에서 지난달 아마존을 꺾고 미국 국방성 제다이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기대가 더욱 높아졌다.
미국 대형주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대형 기술주에 집중하는 해외 직구는 더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들어 대형 기술주들이 가파른 주가 상승을 보였지만 오히려 향후 실적에 대한 밸류에이션은 S&P500지수 밸류에이션보다 낮아 추가 상승 여력이 큰 것이다. 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미국 대형주가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오히려 주가 상승 여력으로 보면 나스닥 상위 100 종목이 가장 크고 다음이 나스닥, S&P500지수"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형주들의 독과점을 지적하는 정치적 요인 때문에 오히려 나스닥 100 종목들이 저평가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나스닥 대형주들의 상승 여력은 충분하지만 중소형주에도 분산 투자하는 바벨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유 본부장은 "정치적 요인을 아예 무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나스닥 대형주에 집중하는 QQQ 같은 ETF와 함께 중소형주에도 투자하는 아이셰어러셀2000ETF(IWM)를 일부 들고 가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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