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펀드도 못 믿겠네" 석달새 3조 빠져나갔다
입력 2019-12-08 17:21  | 수정 2019-12-09 08:39
연초 이후 자금몰이에 나섰던 국내 채권펀드에서 최근 석 달간 3조원을 훌쩍 넘는 자금이 이탈했다. 채권 금리가 지난 8월 저점을 찍고 반등하면서 펀드 수익성이 이전 같지 않은 영향이다. 올 한 해 주식펀드를 제치고 강자로 군림했던 채권펀드에서마저 자금이 빠지면서 공모펀드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채권펀드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주로 '파킹통장' 격인 머니마켓펀드(MMF)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8일 한국펀드평가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채권펀드에서 최근 3개월 새 3조4374억원이 빠져나갔다. 특히 만기가 3년 이하로 짧은 단기채를 편입하는 단기채권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거셌다. 전체 유출액 중 절반가량인 1조5000억원이 단기채권펀드에서 이탈했다.
올해 들어 한때 10조원 넘는 자금이 모이며 급속도로 몸집을 불렸던 국내 채권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최근 시중 금리 상승으로 채권값이 떨어진 탓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19일 역대 최저치인 연 1.093%까지 떨어졌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미·중 무역협상 진전 기대감과 국고채·주택저당증권(MBS) 발행 증가 영향으로 지난달 초 1.5%까지 올랐다. 이 과정에서 국내 채권펀드 수익률이 떨어지자 상당수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기준금리에 강하게 연동되는 단기채펀드에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갔다. 채권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금리가 연초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금리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단기채펀드 투자 매력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채권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MMF로 흘러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MMF에는 8조8316억원이 들어왔다. 주식과 채권 모두 수익률과 전망이 신통치 않자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초단기 금융 상품인 MMF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MMF 총설정액은 98조7392억원으로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상 연말이면 투자수익을 확정하기 위해 자금을 적극적으로 집행하지 않고 단기상품에 일단 '파킹'해 두는 계절적 특성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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