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北, 연일 대미 강경행보…트럼프 재선 가도에 돌 던지나
입력 2019-12-08 15:32  | 수정 2019-12-15 16:05

북한이 스스로 제시한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을 약 3주 앞두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 수위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제는 말에 그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암시하는 행동에 나서는 등 수가 틀리면 언제든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자랑하는 대북 외교 성과를 무위로 돌리겠다는 태세입니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오늘(8일) "2019년 12월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며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시험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서해발사장의 특성과 그동안 북한의 경고 등을 고려하면 인공위성의 발사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개발과 관련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공위성이나 ICBM 발사 모두 유엔 제재로 금지된 행동이며 특히 ICBM 발사 중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실험 중단과 함께 가장 내세우는 외교 성과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합의 없이 끝난 이후 수차례 담화 등을 통해 미국이 대북적대정책 철회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핵실험 및 ICBM 발사 유예 등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앞서 한 '선제적 중대조치'를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선의'로 한 이런 조치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대통령이 자랑할 거리를 안겨주었으나…미국 측으로부터 받은 것이란 배신감 하나뿐"(11월 13일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의 치적으로 자부하는 성과들에 해당한 값도 다시 받아야 한다"(11월 18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 등 최근 북한의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만 이익을 보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북한의 압박에 속이 편하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어제(7일) 기자들과 북미 협상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갑자기 "나는 그가 선거에 개입하길 원한다고 생각지 않지만,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며 북한의 도발이 대선에 미칠 영향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북한이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시험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와 같은 날에 진행됐습니다.

두 정상은 30분간 통화에서 최근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대화 모멘텀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는데 이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달 중순에 미측 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미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내년까지 대화 동력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도 북한이 실제 ICBM 발사 등 미국이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의 도발을 할 경우 미국도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어 한반도가 다시 강대강 국면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그동안의 담화전(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제 행동을 예고했다"며 "북한이 실제 무력시위에 나서면 미국이 추가 제재를 하고, 이에 북한이 또 도발로 맞대응하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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