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핫이슈] 윤석열 사냥
입력 2019-12-06 09:34  | 수정 2019-12-06 11:18
법무부 장관 후보에 내정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활짝 웃으며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다. [김호영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 내정자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호흡을 묻는 질문에 "그런 뭐 개인적인 문제는 중요한 것 같지가 않고요"라고 답했다. 추 내정자는 청와대가 윤석열이라는 호랑이를 잡으라고 내려보낸 포수다. 호랑이 잡으러 온 사람에게 '호랑이와 어떻게 지낼 것이냐'고 물으면 질문이 잘못된 것이다.
2000년대 초 국회를 출입하면서 당시 재선의원이었던 추 내정자를 직접 취재할 기회가 몇차례 있었다. 내 기억에 그녀는 '자아가 센' 정치인으로 남아 있다. 그다지 도발적이지 않은 질문에도 파르르 떨었다. 상대로부터 항복을 받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성격이다. 일이 되게 만드는 것보다는 자기 스타일 관철에 목표를 두는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녀를 묘사하는 '추고집'이니 '좌충우돌'이니 하는 세간의 평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청와대와 검찰은 갈데까지 갔다. 피차 격식 차리고 할 단계를 한참 지났다. 추미애라는 인파이터를 링에 올려보낸 뜻도 여기에 있다. '지금은 정치력이 아니라 전투력이 필요하다. 파상공세로 조기에 (윤석열을)진압한다'. 추미애는 최적임이다. 자아가 강한 그는 자기보다 잘난 사람, 특히 직급상 아래인 사람이 자기보다 센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성격이 못된다. 청와대가 주문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윤석열 격파에 나설 것이다. 별 요령도 없고 그릇 깨지는 소리는 요란하겠지만 그게 추미애가 살아온 방식이다.
승부 예상이야 뻔하다. 무조건 추미애가 이긴다. 법무부장관은 검찰 인사권을 갖고 있다. 내년 1월말께로 예상되는 정기 인사에서 윤석열의 수족을 쳐낼 것이다. 검찰 인지수사 기능 축소와 더불어 조국 수사, 유재수 수사, 울산시장 선거 개입 수사팀의 핵심 인력들이 지방으로 좌천될 것이다. 윤석열의 선택지는? 뭐가 있겠나. 그냥 장렬하게 전사하는 거다. 윤석열은 조국을 건드렸을때 이미 그리스 비극의 영웅처럼 무대에서 사라지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그것은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다. 윤석열은 지난 몇개월 한 것만으로 검찰사에 어마어마한 족적을 남겼다. 소명은 거기까지다. 비극의 광휘야말로 영웅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추미애의 위기는 윤석열 사퇴 시점에서 시작된다. 평검사들이 웅성대고 연판장이 돌고 검사장들이 줄사퇴할 것이다. 이 정도는 '예상했던 저항'이라며 코웃음을 쳐 넘길만 하다. 그런데 과거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광장이 검찰에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팬덤이 생긴 윤석열의 수족을 추미애가 잘라내고 윤석열이 사표를 던지는 국면이 상당수 국민들에게는 '검찰 장악'으로 비칠 것이다.'비리은폐' '독재' 얘기도 나올 것이다. 지난 조국사태때보다 더한 강도의 반정부 집결이 이뤄질 수 있다. 여기에 몇몇 결정적 국면에서 충돌을 회피하지 않는 추미애의 개인적 캐릭터가 기름을 부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추미애의 위기라기 보다는 청와대의 위기가 될 것이다. 총선을 불과 몇개월 앞두고 반문 결집의 빌미를 주는 것, 그 정치적 이해득실을 청와대는 계산하고 있을까.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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