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 압수수색 당시 검찰이 확보한 대통령기록물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해야 한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낸 소송이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일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판사 김광태)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지방검찰청장과 국가기록원장을 상대로 낸 부작위위법확인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면서 원심의 각하 결정을 유지했다.
판결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5일 검찰은 자동차 부품기업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 지하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에서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민정수석비서관실, 국가정보원,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등이 생산한 문건이 대량 발견됐다. 이 문건들 가운데는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비서실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받은 영장은 다스 수사와 관련된 것으로, 이와 관련이 없는 물품까지 압수한 것은 영장범위를 초과하는 잘못된 압수수색"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울중앙지검장과 국가기록원장에게 "기록물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오히려 이 전 대통령이 퇴임 뒤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했어야 할 문서를 영포빌딩 창고로 옮겨 놓은 것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고 보고 다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국가기록원이 기록물 이관 요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 전 대통령은 부작위위법확인 소송을 냈다. 부작위위법확인 소송은 행정청이 당사자의 신청에 대해 처분을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잘못이 있는지에 대한 확인을 위한 소송이다.
앞서 원심은 "이 전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재판받고 있는 형사사건에서 이 기록물 사본이 추가로 제출될 수 있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는 개인의 이익이 침해돼 그 구제를 허용해야 할 절실한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각하 결정했다.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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