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달콤살벌한` 기업銀 노조투쟁…차기 행장 4연속 내부출신 가능할까
입력 2019-12-04 11:27 

다음달 27일 임기가 끝나는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후임 인선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려 있다. 기업은행은 2010년 조준희 전 은행장을 시작으로 권선주·김도진 은행장까지 3차례 연속 내부출신이 은행장을 맡았다. 하지만 최근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정은보 한미방위비협상 대표,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관료 출신 인사가 유력 후보로 꼽혔다. 이에 노조측은 '함량 미달 낙하산 행장 반대'의 기치를 걸고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달콤살벌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조원들은 서울 을지로 본사 1층에 특별 부스와 시식대를 마련, 축제와 같은 캠페인성 투쟁을 펼치고 있는 것. 행사의 주인공은 과자 '오예스'와 '어묵'이다. 오예스는 5가지 예스 행장, 어묵(오뎅)은 5가지 부적격(땡!)을 의미하는 캠페인 도구다. 노조가 밝힌 '5 예스 행장'의 조건은 ▲올바른 경영 ▲합리적 보상 ▲풍족한 복지 ▲공정한 인사 ▲활발한 소통이다.
또 '5 땡 행장'은 ▲ 함량 미달 낙하산 ▲권력 지향형 ▲IBK 공공성 파괴자 ▲밀실·라인 인사 ▲꼰대 리더십이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 노조는 경영, 보상, 복지, 인사 등 분야별로 판넬을 제작해 직원들이 생각하는 최우선 과제에 투표하는 형식으로 적극적인 직원 참여를 유도 중이다.
현장의 기업은행 한 직원은 "과거 행장 선임과정에서의 노조투쟁은 늘 남의 얘기처럼 공허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 캠페인성 투쟁은 직원간 공감대를 높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일에는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과 함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가 '낙하산 인사 반대'에 대한 강력한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기업은행장 만큼은 관료를 선임하지 않았다"면서 "금융노조가 제시한 인사원칙(관료 배제·절차 투명성·IBK 전문성)을 지키지 않을 시 금융노조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조원 기업은행지부 비대위 부위원장은 "차기 행장 선임과정이 즐거운 캠페인이 될지, 살벌한 투쟁이 될지는 정부와 청와대 등 집권세력의 의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노조의 달콤살벌한 투쟁 등으로 기업은행 내부출신 후보들이 부각하는 모습이다. 내부출신 후보군으로는 임상현 기업은행 전무이사, 시석중 IBK자산운용 사장,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임상현 전무는 1982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경영지원그룹 부행장을 거쳐 2016년 IBK저축은행 대표에 올랐다가 2017년에 다시 수석부행장으로 복귀한 인물로, 유일한 내부소속 인물로 꼽힌다.
시석중 IBK자산운용사장은 1989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마케팅그룹 부문장(부행장)을 거쳐 지난 2017년 3월 계열사인 IBK자산운용 대표로 취임했다. 시 대표는 허인 KB국민은행장처럼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특히, 건국대 법학과 82학번인 시 대표는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건국대 영문 84학번)과 대학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김영규 대표는 1979년 입행해 IB그룹 부행장과 제2서해안고속도로 대표이사를 거쳐 2017년 IBK투자증권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현재 차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업은행장은 별도의 임원추천후보위원회(임추위)를 열지않고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순을 밟는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중순께 차기 기업은행장을 제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정부 지분이 53.24%에 이르는 만큼 현 정권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내부인사가 선임될 가능성도 남아 있는 만큼 유력 후보자 줄서기 등으로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