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시가 시세반영 3년째 `과속`…보유세 50% 오르는곳 쏟아질듯
입력 2019-12-02 17:44  | 수정 2019-12-02 19:29
정부가 고삐 풀린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또다시 '공시가격 현실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올 들어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내년 공시가를 시가의 70%로만 맞춰도 강남 아파트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법정한도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 이어 연이은 공시가와 공정시장가액비율이 함께 솟구치면서 종합부동산소득세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구조다.
2일 매일경제신문이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세무사)과 함께 서울 강남 주요 아파트 1주택자의 보유세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상당수 단지에서 '공시가 30%·보유세 50%'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 한 채를 보유한 경우 정부가 공시가 현실화율을 70%까지 올리면 2020년 보유세 1331만원을 내야 한다. 올해 보유세에 비해 423만원 오른 액수다. 이 단지의 12월 매매가는 32억원 정도로, 내년 공시지가를 시세의 70%로 맞추려면 22억4000만원까지 올려야 한다. 이는 2019년 공시가격(17억3600만원)보다 29% 오른 액수다. 여기서 1주택자 공제한도 9억원을 빼고 내년부터 90%로 오르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후 구간별 세율(0.5~2.7%)을 곱하면 원래 종부세 678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여기에 재산세 등을 더하면 보유세가 전년의 150%를 초과하므로 최종 종부세는 493만원으로 정해진다. 조세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1주택자의 부동산 보유세는 전년 대비 50%를 초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와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모두 공시가격을 시가의 70%까지만 올려도 보유세가 법정 상한선인 전년 대비 50%까지 올랐다. 공시가 현실화율 70%의 경우 래미안퍼스티지(전용 84㎡)는 내년 보유세 1155만원으로 361만원이 오른다. 특히 보유세 연간 상승률 상한인 150%를 적용받지 않는 다주택자에겐 정부의 공시가 급등정책이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 팀장은 "세법 개정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고스란히 세금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수년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했는데, 올해도 현실화율 70%를 고집할 경우 1주택자라도 실제 보유세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내년에도 공시가가 뛸 것이라는 전망 속에 1주택자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은 벌써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은퇴 후 부동산 임대료만으로 생활하고 있는 김 모씨(68)는 서울 마포구에 아파트 1채(반월세), 강북에 다가구 단독주택 1채(월세)를 보유하고 있는데 올해 종부세 620만원을 냈다. 재산세 500만원을 합치면 1000만원이 넘는다. 김씨는 "연간 월세 소득으로 약 1400만원을 버는데 재산세와 종부세를 내고 나니 남는 소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이쯤 되면 정부의 목적이 집값 잡기가 아니라 증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재정이 필요한데 돈을 더 걷을 수 있는 만만한 데가 부동산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에 살고 있는 김 모씨(38)는 "주변에서 내년 수도권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할 것이란 얘기를 많이 한다"며 "집값은 전혀 못 잡고 세금만 올리고 있으니 지지층까지 민심이 등을 돌린 것 같다"고 말했다.
[전범주 기자 /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