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핫이슈] 검찰 수사 `방패막이` 자처한 유시민, 뭘 노리나?
입력 2019-12-02 09:22 
[사진 = 연합뉴스]

유재수 부산시 전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여권의 핵심 인사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검찰 수사에 대한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29일 밤 공개된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첩보를 전제로 "대검찰청이 중앙지검과 각 지검들이 가지고 있던 정치인 관련 첩보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여야 중 어디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은 안하나 조만간 이 (검찰 개혁) 국면에서 의원들의 소위 비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들을 터트릴 것이란 말을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이사장은 "(정략적 의도가 있어서) 쉽지 않은 일을 검찰이 지금까지 지난 몇 달 간 얼마나 많이 벌여왔냐"며 "지금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의 검찰 하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고 보는 관점에서 그렇다"고도 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지난주 검찰 수사에 대해 "이 시점에 이 문제를 꺼낸 의도가 궁금하다. 비정상이다"고 발끈한 데 이어 유 이사장까지 나서 검찰의 비리 수집과 수사에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일각에선 "청와대와 여권의 불법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사전에 정치적 쟁점화해 진실 규명의 정당성을 희석시키려는 노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유 이사장은 지난달 26일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유재수 전 부시장 수사와 관련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골프채·항공권 등이 문제가 됐지만 많은 액수는 아니었고 흔한 공직자 비리일텐데 작년에 김태우 수사관이 이를 고발했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그러면서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조국 수석 3명이 회의를 해서 '비교적 중한 사건은 아닌 것 같다'고 합의해 백 비서관이 금융위원회에 공무원 품위유지 위반으로 조처하라 한 뒤 종결했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조국 전 장관의 연루의혹에 대해선 "검찰이 조 전 장관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아무 관련 없다는 걸 알면서도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조사하고 있다"며 "조 전 장관을 잡기 위해 (유 전 부시장과 엮어서) 볼륨을 키우려는 것 같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마디로 유재수 전 부시장 비리는 한낱 도덕적 비난의 대상은 될 수 있지만, 공직자의 중대 범죄로까지 보기 어렵다는 얘기인 셈이다.
하지만 법원은 유 전 부시장이 지난 2016년 금융위원회 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업체들로부터 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가 상당부분 인정된다며 지난달 27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이사장은 또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의 책임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이미 검찰에서 "조국 전 장관이 백원우 전 비서관의 의견을 들은 뒤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에게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낮추도록 지시한 배후가 도대체 누구인지 명백히 밝혀야 할 때다.
유 이사장이 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실체적 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면서 검찰 수사를 폄훼하는 것은 정권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비리 의혹에 연루될 경우 국정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혹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국민 앞에 어떤 해명을 하더라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만큼, 차라리 '정치를 안하겠다'고 선언한 자신이 나서 발언을 하면 상대적으로 지지층과 국민들에게 더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여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도중 극단적 선택을 했을 당시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데 대한 '부채 의식'이 작용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또 자신이 '조국 사태' 당시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 전화를 걸어 조 전 장관 자녀 표창장 위조관련 의혹을 무마하려 한 혐의로 고발된 마당에, 지금처럼 검찰 수사로 여권이 쑥대밭이 되면 자신마저 검찰 소환은 물론 기소를 피하기 어렵다는 걱정도 했을 수 있다.
결국 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정권 수사에 집착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야 자신을 비롯해 여권이 위기국면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적처럼, 온갖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유 이사장이 검찰에 비리를 단죄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은 소방서에 불을 끄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의혹과 불신만 증폭시킬 수 밖에 없다.
유 이사장이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막스 베버의 책임윤리를 언급했듯이, 정치인은 자신의 행위가 가져올 예측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다.
유 이사장은 자신의 발언이 더 이상 '궤변'이나 '수사 간섭'으로 오해받기 전에 검찰이 법대로 철저히 수사할 수 있도록 차분히 지켜보는 것이 옳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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