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英 런던브리지 테러 '용감한 시민' 중엔 살인 저지른 죄수도
입력 2019-12-01 11:36  | 수정 2020-02-29 12:05

현지시간으로 그제(29일) 대낮에 영국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테러사건으로 영국 사회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희생자의 사연과 목숨을 걸고 용의자를 제압한 용감한 시민들에 대한 이야기가 속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날 우스만 칸(28)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2명 중 1명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범죄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잭 메릿(25)으로 확인됐다고 영국 언론이 현지시간으로 오늘 보도했습니다.

메릿은 전날 런던 브리지 북단 피시몽거스 홀에서 케임브리대학 범죄학과가 주최한 재소자 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변을 당했습니다.


칸은 2010년 런던 증권거래소 폭탄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2012년 1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18년 12월 가석방됐습니다.

칸은 위치정보시스템(GPS)이 달린 전자발찌를 30년간 부착하고, 통금시간·인터넷 사용금지·만남 제약 등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풀려난 지 1년 만에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모조품으로 판명 나기는 했지만, 폭탄을 몸에 두르고 양손에 커다란 칼 두자루를 쥐고 있는 테러범 칸에 맞서 싸운 시민들은 소화기와 피시몽거스 홀에 전시돼 있던 150㎝가 넘는 외뿔고래 엄니를 들고 달려들었습니다.


칸을 제압한 용감한 시민 중에는 2003년 21세 지적장애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2004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스탠퍼드 힐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제임스 포드(42)도 있었습니다.

과거 포드가 수감돼 있던 그렌던 교도소와 함께 일했던 버밍엄 시티 대학의 데이비드 윌슨 교수는 언론 등에 공개된 사진 속에서 그를 알아봤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밝혔습니다.

범죄학을 전공하는 윌슨 교수는 포드가 그렌던 교도소에서 정신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았다며 포드의 사례는 재소자가 어떤 교육을 받는지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여행 가이드 토머스 그레이(24)는 사건 당시 런던 브리지를 지나가다가 차에서 내려 칸을 발로 걷어차서 넘어뜨렸습니다. 그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5∼6명이 용의자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트위터 등을 통해 공개된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담은 영상에서는 범인이 들고 있다 떨어뜨린 기다란 칼을 집어들고 조용히 뒤로 물러서는 양복차림의 남성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남성은 경찰로 알려졌습니다.

또 외뿔고래 엄니를 집어들고 용의자를 쫓아갔던 남성이 폴란드 이민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이 "영국 사회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사례"라며 감사를 표하는 등 이민자의 용감한 행동을 칭찬한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성명을 통해 "목숨을 걸고 타인을 도운 용감한 시민들에 끝없는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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