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계형 맞춤버스' 새벽을 달린다
입력 2009-01-02 00:10  | 수정 2009-01-02 08:40
【 앵커멘트 】
이른 새벽에 세 차례만 다니는 노선버스가 있다는 걸 아시는지요. 서울 양천을 출발해 강남역까지 가는 버스인데, 새벽 일터에 나가는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이른바 맞춤형 버스입니다.
이 차를 놓치면 제때 일터에 맞추기가 어렵게 되는데요, 그래서 이 차는 늘 만원입니다.
황재헌 기자가 새벽 첫차를 타고 함께 따라가 봤습니다.


【 기자 】
아직 어둠이 깔린 새벽.

버스 한 대가 이제 막 손님을 태울 채비를 마쳤습니다.

▶ 스탠딩 : 황재헌 / 기자
- "지금 시각이 새벽 3시 40분입니다. 새벽어둠을 뚫고 오늘의 첫 버스가 출발합니다."

서울 양천차고지를 출발해 서울 강남역까지 가는 8541번 버스.

새벽일을 나가는 승객들이 대부분인 이 버스는 이른바 '생계형 버스'로 불립니다.


서울 강남의 한 빌딩에서 3년째 청소일을 하고 있는 김길순 씨도 어김없이 버스에 올라탑니다.

▶ 인터뷰 : 김길순 / 버스 이용객
- "2시 반에 일어나요. 식구들 먹을 것 좀 해놓고. 고달파도 뭐 그냥 살으려니까 해야죠."

힘들지만,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74살 곽용팔씨도 첫차를 이용합니다.

▶ 인터뷰 : 곽용팔 / 버스 이용객
- "계속 일해야죠. 거기서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이렇게 모인 승객 80여 명이 어느새 버스 안에 꽉 들어찼습니다.

18년째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이금산 씨는 이제 손님들의 건강을 챙길 정도입니다.

▶ 인터뷰 : 이금산 / 버스 운전사
- "안 보이면 그 다음 날 왜 또 안보였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가족같이 정이 들어 있어요."

새벽 버스를 타고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 삶의 고단함이 어깨를 누르지만 이들도 좀 더 나아질 거란 희망 속에 기축년 새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황재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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