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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백지영 "엄마 된 이후 가수로 책임감 더 느껴"
입력 2019-11-29 14:01 
가수 백지영이 독보적인 음색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 무수한 모창 프로그램들 속에서도 백지영의 모창 가수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 그러한 프로그램에서 백지영 편을 만나보기 어려웠던 게 사실. 그만큼 그의 보이스가 독보적이라는 방증이다.
"사실 저를 모창하는 분들이 거의 없어요. 모창 해주시는 분들도, 모창의 소재가 되는 가수도 되게 유쾌할 것 같은데, 저를 모창하는 분을 아직 못 봤어요. (왜 그런 것 같으세요?) 음색 같은 경우, 연습을 엄청 오래 해서, 보컬 스킬이 좋은 보컬이 아니라, 감성 보컬 쪽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해석하고, 연습하면서 얻은 호흡 방식 이런 게 혼자 습득된 게 있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더 특이하게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고, 탁성인데 비해 음역대가 높은 편이라는 이야기도 듣거든요."
그러면서 백지영은 "독보적인 음색을 갖고 있다는 게 좋을 때도 있지만, 사실 어우러지는 콘서트도 하고 싶다. 가령 여성 보컬리스트들이랑 기획형 콘서트도 하고 싶은데, 내 목소리가 튀지 않으려 해도 너무 튀니까 어우러짐이 없어서 (성사시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음색이 독특하고 독보적인 건 너무 좋은 플러스 요인이지만, 바운더리 넓혀가는 면에서는 아쉽기도 한데, 절대 불만 가지면 안된다. 사실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배우 정석원과 결혼, 4년 만에 첫 딸을 품에 안으며 엄마가 된 것 역시 백지영의 가수 인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다만 백지영은 "평소에 가수 아닌 엄마나, 인간 백지영으로 사는 삶에서 노래하는 감정을 끌어다 쓰는 편은 아니라 감성 표현에 있어서의 어려움은 없다. 바뀐 게 있다면 노래하는 일에 임하는 자세나, 좀 더 책임감이 든다는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돌이켜 본 지난 20년은 백지영에게 어떤 성장을 줬을까.
"20년을 했는데, 하나도 안 늘었으면 안 되겠죠?(웃음) 실력도 실력이지만, 임하는 자세는 더 나아지고 싶었어요. 이번에 녹음하면서 느낀 건, 가사를 받고 노래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갔다는 느낌이었죠. 기존 저는 내 감정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작곡가와 이야기하고, 분위기가 주는 것을 이해햐려고 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엔 조금 더 색이 진하게 오더군요. 예전에는 스토리 만 왔다면, 이제는 공간감이나 색감도 오고, 이미지지만 상당히 명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오더라고요."
'스무살 가수' 백지영은 "꿈을 이루지 못해도 실패한 인생은 아니다"라는 인생 조언을 내놨다.
이 시점, 가수로 데뷔했던 20년 전을 떠올려보자 하자 백지영은 담담하고, 진중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요즘 꿈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사실 저의 꿈은 가수가 아니었어요. 정확한 꿈이 없었던 상태였고, 스스로 노래를 잘 한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죠. 고등학교 다닐 때 코인노래방이 생겼는데 거기서 노래 부르고 노는 게 좋았던 거지, 내가 노래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런데 뭘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안 하는 척 하면서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노는 걸 너무 좋아해서, 놀긴 했지만, 어느 정도 고민을 했는데 우연히 연극영화과 시험 봐서 전주에 있는 백제예술전문대 방송연예과 들어갔고, 거기서 교수님들 만나서 얘기 하다가 노래 재능 있단 이야기 처음 들었고, 우연히 소개받은 작곡가를 통해 오디션 봤는데 그게 통과돼 앨범을 내게 됐죠."
백지영이 데뷔했을 당시는 지금처럼 음반업계가 시스템적으로 정비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당시 기획사에 들어가 앨범 준비하며 보낸 1년이 녹음 기간이자 연습생 기간이었어요. 요즘 친구들과 비교하면 저는 너무 때를 잘 타고 태어나 데뷔하게 된 거죠. 그 때를 떠올려보면,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든 임해보는 자세는 중요한 것 같은데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그 길이 혹여 아니라고 해도 꼭 실패는 아닌 것 같고, 막상 그게 잘 됐다고 해서 인생 전체가 잘 되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롤러코스터 같은 스무 해 가수 인생을 보낸 백지영의 술회는 예의 담담했다. 아니, 담담함보다 더 깊은 인생의 깨달음이 담긴 듯 했다.
"사실 꿈이라는 큰 어떤 목적을 갖고 무작정 달리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를 해보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사실, 노래가 엄청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천직을 찾은 거니까. 그런 건 아마 뜻하지 않게 여러 가지를 경험하다 보니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꿈을 위해 곁눈질 하지 않고, 똑바로 목표를 이루는 친구도 너무 대단하지만. 꼭 그게 아니더라도 잘못된 건 아닌 것 같다는 게, 제 인생을 되돌아보며 드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데뷔 20년 된 대선배 백지영이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일까.
가수 백지영은 후배 가수들에게 '롱런을 위해 마음의 근육을 키우라'는 조언을 했다.
"옛날에 제가 데뷔했을 때만 해도, 짧으면 3~4개월, 길면 6개월~1년까지도 활동을 계속 할 수 있었어요. 요즘은 시스템 자체가 음원 시스템이라 변화한 분위기이기도 하지만, 노래 한 곡이 오래 사랑받았기 때문에 수명이 짧아진 것 같기도 해요. 요즘 아이돌들은 두 달에 한 번씩 컴백한다던데, 활동하고 녹음하면서 스케줄하고 안무 연습하고 해외 공연하면서 녹음하는 게 정말 지치는 스케줄이거든요. 음악의 소중함을 알고 가기 힘든 시간들이죠. 그런데 그 시간에 근육 단련하듯이 많이 단련이 돼 어느 순간 나에게 많은 자양분으로 작용하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지금 너무 빠른 변화와 차트에 일희일비 할 수 있지만, 너무 거기 얽매이지 않고, 가수로서 근육을 키우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그에 어울리는 선배 모델들을 보면서 멘탈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호소력으로 대변되는 백지영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은 백지영에게 또 다른 시너지가 된다고.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노래를 부르는 것이라고 하는 말에 대해 생각을 해봤어요. 부른다는 건, 대상이 꼭 있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자기만족으로 부르는 노래는 저와는 가는 길이 다른 거죠. 저는 노래를 (누군가에게) 불러드린다는 느낌이 있는데, 얼마 전 한 공연에서 그 여자라는 노래를, 사연을 넣어 어머니를 위해 불러드리겠다고 하고 부르니 그게 어머니들을 위한 노래가 됐어요. 모녀 관객들이 감동 받아 눈물바다가 된 적이 있었는데, 그럴 때면 내가 정말 노래를 불렀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름 돋을 정도로 기분이 좋지요."
인터뷰 말미, 그는 앞으로의 20년에 대한 기대도 덧붙였다. 백지영은 "지난 20년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스토리도 많았고 노래도 많이 했고. 그런데 데뷔 초엔 기계처럼 일했다"면서 "그런 데뷔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앞으로의 20년은 그러지 않은 후배를 양성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보컬 하는 후배들을 양성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지만 궁극은 더욱 소박하고 또 원대했다. "개인적으로는, 내 공연이, 연말에 3대가 와서 같이 노래 부를 수 있는 공연을 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이미 그 꿈에 한 걸음 다가선 그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또 한 걸음 나아가고 있었다.
백지영은 이같은 마음을 담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다시 전국 각지로 향한다. 그의 전국투어 콘서트 백 스테이지(Baek Stage)는 오는 23일 수원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 청주, 부산,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다.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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