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은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싸이버스카이와 거래로 인해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한진그룹은 이에 반발해 소송에 돌입했다. 2017년 9월 서울고등법원은 "회사의 한진그룹과 거래액이 매출의 0.5%에 불과해 경제력 집중에 따른 '공정거래 저해성'이 없으며 부당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며 한진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일감몰아주기' 규정으로 불리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 2를 처음 적용한 이 사건은 현재까지도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정예고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 제정안을 두고 공무원 임의에 따라 '고무줄'처럼 판단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상위법보다 강한 규제와 좁은 예외규정을 적용한 것도 지나치게 기업을 옥죄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심사지침은 '일감몰아주기 규정'으로 불리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규정의 법 위반 판단기준을 제공하기 위한 예규 형태의 심사지침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불명확한 기준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 '사회통념' '일반적인 인식의 범위' 등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규제당국 공무원의 판단에 따라 자의적인 법 적용이 가능하다. 시점에 관해서도 '현재 또는 가까운 장래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라고만 서술해 가까운 정래가 언제인지 불명확하다.
심사지침이 상위법령인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것보다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도 문제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 2에는 공시대상기업 집단 소속 회사와 특수관계인, 특수관계인이 일정 지분 비율 보유한 계열회사만 이익의 제공주체와 제공객체로 규정하고 있다. 제3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하위 법령인 심사지침 제정안에는 제3자를 매개로 한 간접거래도 포함하고 있다. 하위법이 상위법보다 더 넓은 처벌대상을 규정하는 모순된 상황이다.
예외 규정을 두고도 시행령에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보안성을 인정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반면 하위규정인 심사지침에서는 보안 유지 가능성, 시장에서 독립된 외부업체와 거래 사례가 있는지까지 고려하라고 못박아 예외규정 적용이 어려워 진다.
근본적으로 위법성의 입증책임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지 않고, 합법성을 기업이 입증해야 하는 불합리한 법령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지침에 따르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행위는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되었음만 입증하면 공정거래저해성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 반면 법 제23조 제1항 제7호의 부당한 지원행위의 경우 별도로 공정거래저해성 요건을 입증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7년 한진그룹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한 사례도 여기에 해당한다.
유정주 한경연 기업혁신팀장은 "공정위가 의견 수렴 의사를 밝혀 지난 달 25일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이번 행정예고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며 "상위법령보다 강한 규제, 축소된 예외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지나친 기업 때리기"라고 비판했다. 한경연은 27일 추가로 17건의 수정 및 삭제 의견을 담아 공정위에 제출했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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