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일본 언론, '문희상 징용 법안' 실현 가능성에 의문 제기
입력 2019-11-28 11:14  | 수정 2019-12-05 12:05

한일 양국 기업·정부·국민이 함께 마련한 재원으로 징용 문제를 해결하자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제안에 관해 일본 언론은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함께 내놓고 있습니다.

일본 주요 신문은 문 의장이 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법안 초안과 이에 대한 징용 소송 관련 단체의 반응을 어제(27일) 비중 있게 보도했습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징용 피해자들이 문 의장의 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문 의장의 제안이 징용 문제의 "해결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신문은 징용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일본 기업의 사죄 등을 조건으로 하면 '청구권 문제는 1965년 일한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고 하는 일본 정부와의 입장 차이가 더 벌어지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도쿄신문은 문 의장이 12월 한일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그 전에 입법을 서두를 생각이지만 "원고 측의 반대 상황에 따라서는 난항이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입법화는 어렵다는 견해가 뿌리 깊다"고 썼습니다.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문 의장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에도 주목했습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의 취재에 응한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문 의장의 제안에 관해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신문은 "일본 기업이 의무적으로 지불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지만, 기부를 정부가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일본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낸 10억엔 중 사용 후 남은 돈을 같이 활용한다는 구상에 관해 "별도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외무성 간부)는 비판도 있다고 요미우리는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문 의장을 면담한 징용 피해자 지원 단체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지원 단체 등의 간부들이 문 의장의 구상에 반대했다는 점을 이유로 요미우리 역시 "실현하기에는 허들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문 의장이 제안한 기금에서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고 일본 기업의 법적 책임을 명시하지 않는 형태로 한다면, 개인 청구권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도 수용할 여지가 생긴다면서 "일본 측으로부터 이전보다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는 익명의 한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일련의 보도는 일본 정부가 문 의장의 제안에 관해 "타국 국회의 논의"라며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으나 물밑에서 주판을 튕기고 있다는 정황으로 풀이됩니다.

닛케이는 징용 피해자들이 반대하고 있어 문 의장의 제안이 실현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다음달 중국에서 추진 중인 한일 정상회담 전에 한국 측에서 얼마나 조율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문 의장의 제안에 대해 관련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일부 단체는 지지하고 있어 한국 내에서 찬반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신문은 징용 소송의 원고 측 대리인 중 한 명인 최봉태 변호사와 복수의 단체가 앞서 19일 문 의장의 설명을 듣고 지지했다고 전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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