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1월 27일 뉴스초점-'식민지 테마'로 일 관광객 유치?
입력 2019-11-27 20:21  | 수정 2019-11-27 20:36
경성 간판, 해방촌 계단, 381 열차.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나 나올 만한 것들이죠. 그런데 이곳들이 일본 현지에서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소개가 됐습니다.

놀랍게도 이런 홍보 동영상을 올린 곳은 한국관광공사 오사카 지사였죠. 모두 일제강점기와 일맥상통하는 데다 '이곳이 식민지배의 장소다.'라고 불리는 곳인데, 역사적인 배경이나 의미를 설명하기보다 '사진 잘 찍히는 곳', '관광명소'로 소개를 한 겁니다. 물론 본뜻은 그게 아니었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비춰진 결과는 씁쓸함을 넘어, 요즘 한일 분위기를 이렇게 모르나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될 정돕니다.

홍보영상에 대한 반응도 싸늘합니다. '381 열차'는 일본 차량 제조주식회사에서 만든 거고, '해방촌 계단'은 신사참배를 하기 위해 오르던 계단, '경성'은 일본이 우리 수도인 서울을 조선총독부 칙령에 따라 마음대로 바꾼 명칭이거든요. 그러니 '가해자 역사 기리기 홍보 영상이다.', '식민지 한국 테마 관광이다.' 이런 평이 나오는 겁니다.

물론 요즘 같은 외국인 관광객 가뭄 때, 홍보영상 하나라도 더 필요한 건 맞습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14%나 감소했거든요. 관광객이 줄어드니 뭐라도 해야 하고 적극적인 광고 마케팅도 필요하지만, 바늘허리에 실을 매서 쓸 수 없듯 급하게 서두른다고 다 되는 게 아니잖아요. 변수가 생겼을 때 발 빠른 대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깊이 있는 대책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입니다.

관광 분야라고 다를 게 없는데, 급하다고 해서 아픈 역사를 '복고'로 둔갑시켜서야 될까요. 어쩌면 우리의 아픔을 망각한 것일 수도 있는 건데,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그쪽의 감수성이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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