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영토에 단 한 마리만 살아 있던 수마트라 코뿔소 암컷 '이만'(Iman)이 23일(현지시간) 결국 숨을 거뒀다. 지난 5월 30살로 추정되는 수컷 '탐'(Tam)이 죽은 이래 마지막으로 생존해 있던 말레이시아 수마트라 코뿔소였다.
말레이시아 사바주 야생동물 보호당국에 따르면 이만은 오랜기간 자궁 종양을 앓다 이날 오후 5시 35분께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사바주에 있는 코뿔소 보호구역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죽기 직전 추정 나이는 25살이다. 사마주 야생동물 보호 당국은 "이만의 죽음을 발표하는 것은 몹시 슬픈 일"이라며 "5년 전 포획된 이래 최고의 보살핌과 관심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이만은 2014년 3월 포획 당시부터 자궁 종양으로 고통에 시달렸다. 수차례 대형 출혈로 생사를 오가다 최근 종양이 더 커지며 결국 폐사했다. 식용 감퇴로 인해 사망 당시 몸무게는 1주 만에 44kg가 빠진 상태였다. 사바주 야생동물 보호 당국은 "예상보다 죽음이 빨리 찾아왔 으나 최근 종양이 점점 커지면서 이만이 고통에 시달린다는 걸 알았다"며 "다행히 죽기 전 난자 채취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수마트라 코뿔소는 현존하는 5종 코뿔소 중 하나다. 코뿔소 중 덩치가 가장 작고 아시아 코뿔소로는 유일하게 뿔이 두 개다. 크기가 다른 한 쌍을 이루는데, 코에서 나는 뿔이 더 길다. 몸체 대부분을 홈밤색 털이 덮고 있으며, 어깨높이 145cm에 몸길이는 250cm, 체중은 500kg에서 800kg에 이른다. 번식과 새끼를 돌볼 때를 빼면 홀로 지내며, 코뿔소 중 소리를 잘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코뿔소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심각한 위기종'이다. 한때 동남아 전역에서 서식했지만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과 보르네오섬에서 불과 30∼80마리만 생존해 있다. 보르네오섬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브루나이 3개국 영토로 나눠져 있다. 말레이시아 측은 인도네시아와 협력해 이만에게서 채취한 난자로 인공수정을 시도해 자국 수마트라 코뿔소 복원을 희망 중이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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