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6시간을 남겨놓고 한국이 지난 22일 오후 6시 유예 결정을 내렸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전날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연기를 발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소미아 종료가 확실시됐던 정부의 이같은 기류가 언제 전환점을 맞았을까?
정치권에서는 21일로 분석하고 있다.
이날 열린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토론이 이어졌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것.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소미아를 종료할 경우 외교적 후폭풍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명했다고 전해진다.
22일 오후 NSC 상임위원회 전까지도 상황은 유동적이었다.
외교 당국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도 지소미아 종료 가능성은 '반반' 이었다.
그런데 반반이 종료 유예로 기류가 변화가 시작한 것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이른 귀국이였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참석한 이날 NSC 상임위원회에서 결국 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유예로 가닥이 잡혔다. 회의는 한 시간 반도 채 되지 않아 짧게 끝났다. 회의 직후 강 장관이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주요20국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면 강 장관은 참석하기 곤란한 자리였다. 그런데 참석하는 것은 변화가 있었다는 대목이다.
이후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대리가 주한 일본 대사관 관계자를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지소미아 종료 유예의 뜻을 담은 외교 공한을 전달했고, 오후 6시 양국이 동시발표하면서 유예의 효력이 발생했다.
22일 한·일의 발표는 미국이 7월 말 양국에 제안했던 동결 합의(standstill agreement)와 비슷하다. 한국은 지소미아를 건드리지 않고 일본은 추가 수출 규제를 멈추는 식으로 상황 악화를 일단 멈춘 뒤 대화부터 하자는 것이었다. 한국은 이를 환영했지만, 일본이 거부했고 결국 정부는 8월22일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
미국은 이후 국무부 고위급 3인방과 국방부 고위급 3인방의 방한 등을 통해 한국을 압박하는 한편 막판까지 일본에 대해서도 한국이 결정을 번복할 명분을 줘야 한다는 취지로 설득을 계속했다.
그리고 마침내 일본이 움직였다. 여기에는 나름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한미일 안보협력 핵심 기제인 지소미아를 살리기 위해 한 발 물러서줬으니 향후 한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일 것이다.
실제 양국의 발표 직후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일본 외상은 "지소미아와 수출관리 문제는 전혀 별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출 관리에 대해선 한국으로부터 국제무역기구(WTO) 제소를 과정을 중단한다는 통고를 받았다"며 "현재 최대 과제와 근본적인 것은 구한반도 노동자(강제징용) 문제로, 한국에 대해 하루라도 빨리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해줄 것을 계속해서 강하게 요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제징용과 연계한 것은 물론이고, 수출 규제 관련 대화 개시도 한국이 WTO 제소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해서 응한 것이지 지소미아와는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반면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유근 1차장은 "한· 일 간 수출 관리 정책 관련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일본 측의 3개 품목 수출 규제에 대한 WTO 제소 절차를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화를 전제로 WTO 제소 절차를 정지했다는 조건부 정지로, 일본 발표하는 차이가 크다.
다만 한국 정부는 향후 일본이 성실히 대화에 응하지 않거나 시간을 끌 경우 WTO 제소 절차를 다시 진행하고 지소미아도 종료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정부의 오늘 발표대로라면 일본이 만족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지소미아를 바로 종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렇게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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