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마포 金과장도 나왔대"…올 종부세 대상 10만명 늘듯
입력 2019-11-21 17:54  | 수정 2019-11-21 19:52
서울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박진찬 씨(49)는 20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 내역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일명 '부자 세금'으로 알려진 종부세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박씨가 사는 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시가격이 8억원이었지만 최근 집값이 10억원으로 뛰면서 올해 종부세 대상이 됐다. 박씨는 종부세 22만원가량을 내야 하고, 재산세 등과 합치면 보유세로만 311만원을 내게 된다.
박씨는 "직장 때문에 마포에서 대출을 갚으며 빠듯하게 살고 있는데 보유세가 이렇게 뛰니 당황스럽다. 이사 가고 싶어도, 다른 곳도 다 올라 난감하다"면서 "투기 세력을 잡겠다며 서울 집값을 다 올려놓고 왜 서민들 고통을 가중시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20일부터 종부세가 고지되면서 서울 주택 소유자들 사이에서 '비명'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집값 급등으로 공시가격이 뛰었고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에서 85%로 올리자 종부세 대상자가 크게 늘어서다. 지난해 46만명이던 종부세 대상자는 올해 50만~60만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난해 '9·13 종합부동산대책' 등을 통해 과세표준에 따른 세율을 0.5~2.0%에서 올해부터 최대 3.2%로 높였고, 최저세율이 적용됐던 과표 6억원 이하도 3억~6억원 구간을 신설해 대상을 늘렸다. 게다가 정부가 지난 4월 서울의 아파트 공시가격을 14% 이상 올리는 2019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안을 확정하면서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아파트가 지난해 13만5010가구에서 올해 20만3213가구로 51% 급증했다. 이 같은 공시가격 '현실화' 여파로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등)와 건강보험료 등 인상은 예견된 것이었다.
또한 작년 150%로 묶었던 종부세 인상률 상한선을 200~300%로 올린 만큼 세 부담이 2~3배 커졌고, 조정대상지역에 2채 이상 집을 갖고 있는 경우는 보유세 세 부담 상한이 2배까지 늘어 서울 다주택자는 종부세 부담이 '급증'하게 됐다.
종부세 안내 문자가 발송된 20일 직장인 A씨(47)도 깜짝 놀랐다. 강남권에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1채씩 보유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종부세로 1250만원을 냈는데 올해는 1900만원으로 올랐다.
21일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따르면 전용면적 120㎡ 도곡렉슬은 공시가격이 12억원에서 14억2400만원으로 올라 종부세 부담이 74만원에서 122만원으로 48만원가량 늘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공시가격이 10억1600만원에서 11억2000만원으로 올라 지난해(25만원)의 갑절에 가까운 48만원을 내게 됐다. 종부세만 계산한 것이라 재산세·지방교육세 등 보유세를 다 합치면 300만~60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다주택자, 강남 주택 보유자를 중심으로 "생각보다 돈이 많이 나왔다"며 "카드값, 외식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30억원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한 게시자는 "연봉이 5000만원인데 종부세 160만원, 재산세 320만원이 나와 거의 500만원을 세금으로 낼 판"이라며 "종부세가 작년 대비 60%나 상승했다"고 했다. 또 다른 사람은 "강남도 아닌 마포에 살고 있는데 종부세가 작년의 3배가 나와 울화통이 터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고가 주택이나 토지를 갖고 있는 개인·법인을 대상으로 매기는 국세다. 고가 주택 기준은 9억원(1가구 1주택)인데, 2주택 이상 소유하면 합산 가격이 6억원만 넘어도 세금을 내야 한다. 작년에는 총 46만6000명을 대상으로 2조1148억원을 고지했다. 올해는 대상자가 최대 60만명, 세금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앞으로도 보유세 인상을 추진할 방침이다.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생방송 '국민과의 대화'에서 '서민 내 집 마련을 위해 보유세를 높이고 양도세를 낮춰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 시장에 나오게 해달라'는 국민 패널의 제안에 "잘 참고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실거주 수요자들 대상으로 '조세저항'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팀장은 "집값이 올랐다고는 해도 바로 처분해서 사용하는 돈이 아니다. 고령자나 실수요 1주택자는 수백만원, 1000만원 가까이 세금 부담이 커지면 실생활에 지장이 크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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