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스포츠유틸리티비이클)가 자동차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자동차를 새로 살 때 세단보다 SUV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기준으로 지난 9월에는 사상 처음 SUV가 세단보다 더 판매됐다. SUV는 4만7997대, 세단은 4만6812대가 팔렸다. 올 1~9월 누계 판매대수는 SUV가 42만809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늘었다. 이와 달리 세단은 47만2051대로 8.7% 감소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SUV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수입 SUV는 지난해 8만1166대 판매됐다. 지난 2010년에 1만4602대가 팔린 것을 감안하면 5배 이상 늘었다.
수입 SUV 점유율은 2010년 16%에서 2018년 31%로 증가했다. 올들어서도 수입 SUV 점유율은 증가 추세다. 1~9월 수입 SUV는 5만8340대 팔려 점유율 35%를 기록했다.
SUV 전성시대가 열린 셈이다. 그러나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는 SUV 시장의 급성장이 마냥 반가운 현상만은 아니다. 그만큼 SUV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눈높이가 계속 높아지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SUV를 계속 선보여야 한다.
개발비만 수천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완전변경(풀체인지) 후속 모델을 내놓은 시기도 빨라져야 한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7~10년 걸려야 후속 모델이 출시됐지만 요즘은 4~5년이면 나오기도 한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도 2~3년이면 나온다.
빨리 싫증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완전변경 모델에 버금가게 디자인과 성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반면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잘 만든 차종은 오랫동안 사랑받는다.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모델이 되려면 상품성, 대중성, 신뢰성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변할 줄 아는 개혁성도 갖춰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다.
르노삼성 QM6는 첫선을 보인지는 4년밖에 안됐지만 스테디셀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인기비결은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다. 차종은 하나지만 다양한 버전으로 내놔 소비자들의 니즈를 '맞춤 저격'하는 전략이다.
[사진 제공 = 르노삼성]
지난 2016년 처음 등장한 QM6는 파격을 추구해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은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라는 막강한 경쟁상대와 대결하고 있다. 두 차종보다 전체 판매대수는 적다.하지만 상품성, 대중성, 신뢰성, 개혁성을 통해 존재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와 함께 판매대수도 줄어드는 자동차 시장에서 오히려 판매가 늘어났다. 올 1~10월 판매대수는 3만443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9% 증가했다.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QM6 GDe는 소비자 니즈와 트렌드의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한 SUV 성공사례다. 지난 2017년 9월 출시 당시 국내 가솔린 SUV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했다. 하지만 디젤 게이트와 미세먼지 문제로 '클린 디젤' 신화가 깨지면서 가솔린 SUV 선호도도 높아졌다. 르노삼성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정숙성이 뛰어난 QM6 GDe로 시장을 공략했다.
QM6 GDe는 도심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중저속 영역에서 출력이 매끄럽게 나와 조용하고 차분한 드라이빙을 즐기기 좋다. QM6 GDe는 도심에서 세단에 버금가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갖춘 SUV를 원하던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SUV=디젤'이라는 공식을 깬 셈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출시 1년 만에 국내 중형 가솔린 SUV 최초로 누적 판매대수 2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판매된 QM6 3만2999대 중 2만5706대가 GDe였다. QM6 GDe는 국내 가솔린 SUV 판매 1위 자리도 차지했다.
QM6 GDe에 탄력받은 르노삼성은 또다시 트렌드 변화 분석에 나서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을 실행한다. LPG SUV를 내놓은 것이다.
사실 르노삼성은 'LPG 명가'다. 국내 LPG차 분야에서 기술력이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르노삼성은 LPG차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힘과 실용성 두 가지에 공들였다. 기존 LPG차는 원유을 정제하는 과정이나 유전에서 부산물로 생긴 가스에 압력을 가해 액체로 만들어 연료로 쓴다. 이 연료는 가솔린·디젤보다 효율성이 떨어져 힘이 부족하다. 트렁크 공간을 실린더형 LPG 연료탱크가 차지해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적다.
르노삼성은 이에 가솔린 엔진처럼 전자제어 고압펌프를 이용해 연료를 정밀하게 엔진에 분사, 가솔린 엔진에 버금가는 출력을 발휘하는 LPG 엔진을 선택했다. 또 트렁크 밑에 숨어있는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넣는 도넛 연료 탱크로 LPG차의 단점인 실용성 부족을 해결했다.
르노삼성은 지난 3월 LPG 모델을 누구나 살 수 있도록 빗장이 풀리자 가솔린·디젤 모델이 장악한 SUV 시장에서도 LPG 모델이 성공할 것으로 판단, 3년 만에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된 QM6에 LPG 모델을 포함시켰다.
[사진 제공 = 르노삼성]
QM6 LPe는 LPG 엔진의 경제성과 정숙성, 준수한 주행성능으로 LPG SUV에 대한 기존 선입견을 깼다. 도넛 탱크 기술을 탑재해 트렁크 공간활용도를 향상시켜 SUV의 덕목인 실용성도 확보했다. 여기에 1회 충전으로 534km를 주행할 수 있는 연비 효율성까지 갖췄다.소비자들은 곧바로 반응했다. QM6 LPe는 지난 6월 출시 직후 12일 만에 1408대가 판매된 데 이어 지난 7월 QM6 판매량의 절반 이상인 2513대가 팔렸다. 지난달 QM6 LPe는 QM6 전체 판매량의 64.9%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르노삼성은 QM6 LPe로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한편 가심비(가격보다는 심리적 만족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QM6 프리미에르도 내놨다.
프리미에르는 르노삼성의 플래그십 브랜드다. QM6 프리미에르는 플래그십 SUV답게 품격을 높인 게 특징이다. 전용 스키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형상화한 19인치 투톤 전용 알로이 휠, 1열과 2열 윈도우에 모두 적용한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 및 2열 프라이버시 글라스, 빈티지 레드 보디컬러 등도 신규 적용했다.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워졌다. 퀼팅 나파 가죽 시트, 앞좌석 프레스티지 헤드레스트, 대시보드 하단과 글러브박스 인조가죽커버 및 블랙 스티치, 소프트 콘솔 그립핸들, 맵 포켓 인사이드 카펫, 베르사유 그레인 데코, 알루미늄 키킹 플레이트와 앞좌석 프레스티지 헤드레스트 후면의 전용 로고, 소프트 페인팅 도어트림을 적용해 감성 품질을 향상했다.
편의사양도 모두 프리미에르 전용으로 업그레이드했다. S링크(8.7인치 내비게이션)와 12개의 스피커를 갖춘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모두 기본 적용했다.
구매자는 3년 내 왕복 2회(편도만 이용 때 4회, 회당 편도거리 10㎞ 기준)에 한해 차량 정비 및 점검 때 '프리 픽업&딜리버리' 서비스를 무상 이용할 수 있다
르노삼성은 여기에 디젤 모델인 QM6 dCi까지 내놓으면서 가솔린·LPG·디젤 라인업을 완성했다.
QM6 dCi는 높은 연비와 디젤 엔진 특유의 파워풀하고 민첩한 주행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1.7ℓ 다운사이징 엔진을 새로 달아 경제성까지 높였다. 1.7 dCi 2WD는 연비(17~18인치 기준)가 14.4km/ℓ로 국내 판매 중인 중형 SUV 중 최고 연비를 자랑한다.
함께 출시한 2.0 dCi 4WD는 최고출력이 190마력이고 연비(18인치 기준)가 12.7km/ℓ다.
QM6 dCi는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최대토크가 나올 수 있도록 주행 성능을 역동적으로 강화했다. 1.7 dCi 2WD는 1750~2750rpm에서 최대토크 34.6㎏.m, 2.0 dCi 4WD는 1750~3500rpm에서 최대토크 38.7㎏.m의 힘을 발휘한다.
이처럼 최대토크가 낮은 아르피엠(rpm) 구간부터 구현되기 때문에 뛰어난 응답성과 가속 성능을 느낄 수 있다. 중·저속 구간이 많은 도심에서 역량을 발휘한다.
르노삼성 QM6는 잘 만든 차종으로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맞춤 저격하는 '원소스 멀티유스' 성공사례를 쓰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