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이틀째 급락세를 보이며 2100선도 내줬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한 뉴스 흐름에 따라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1일 증권가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1.30%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1% 중반대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이틀 동안 지수가 60포인트 넘게 빠지면서 이날 210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가 2100선 아래로 밀린 것은 지난달 31일 이후 20여일 만이다.
증권가에서는 지수가 미중 무역분쟁 타결 기대감을 선반영했지만 최근 부정적인 뉴스들이 연달아 나오면서 큰 폭의 조정을 받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1차 합의 결과를 내놓은 지난달 11일 이후 코스피 지수는 2010선에서 지난 18일 2160선까지 7.4%나 오른 상황이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나 내년 기업 이익 추정치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오르다보니 주가수익비율(PER) 배수가 11배를 넘어섰다"라며 "단기 고점이 와가는구나 생각하는 시기였고 미중 무역분쟁이 타결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상승분을 반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전날 미국 상원이 만장일치로 홍콩인권법을 가결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법안은 중국이 홍콩에 일정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에 즉각 반발하면서 양국간의 갈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지난밤에는 1단계 무역 합의가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미국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렇게 되면 내달 15일로 예정된 156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15% 추가 관세 부과가 현실화된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양국 정상의 싸인만 남은 듯 했던 무역협상이 또다시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계적 외환시장에 부정적인 뉴스가 반영되는 상황으로, 주식시장에도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외국인이 그동안 많이 샀던 종목 위주로 매도세가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오늘은 외국인 매도 3700억원 가운데 1800억원 가량이 전기·전자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미중 무역협상, 홍콩사태 등의 추이를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코스피가 미중 환율전쟁으로 1900선마저 무너졌던 지난 8월과 같은 급락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 저점 판단에서 주로 사용되는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보면 코스피 2100선은 0.9배 수준이다. 코스피 상장사의 주가가 청산가치보다도 낮다는 의미다. 지난 8월 급락 당시 코스피 PBR이 0.82배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당시 미국 경기 침체 우려나 미중 갈등 격화 우려가 매우 컸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현재 지수대인 2100선은 충분히 가격 메리트가 있다는 설명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무역 협상 직전에 대한 기대감이 훼손되고 홍콩 사태와 관련된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당분간 변동성 구간이 불가피해 보인다"라면서도 "유동성과 거시 경제 사이클 저점 통과에 기반한 상승논리는 아직 훼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지수 급락을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네셔널) EM(신흥국) 지수 리밸런싱 이슈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달 26일부터 MSCI는 신흥국 지수에 중국 A주 비중을 5% 추가 편입하고, 그 폭만큼 한국 증시의 비중을 줄일 계획이다. 이 지수 리밸런싱이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있는데 반발매수가 사라졌고 외국인의 MSCI EM 지수 관련 물량이 쏟아지며 하락이 지속되는 것"이라면서 "다음주에 리밸런싱이 끝나는데 그때까지는 외국인 매물이 계속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수는 당분간 2100~2150선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며 지수 리밸런싱 끝나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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