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에너지 보조금 폐지' 정책 발표 이후 시민들의 항의 시위 속에 대통령이 피란 떠났던 에콰도르가 결국 경제성장법 보류 결정을 내렸다. 남미 주요국이 불평등 항의 시위 정국에 들어선 가운데, 에콰도르 접경지 콜롬비아에서도 총파업이 예고되면서 정부가 "긴축 개혁은 없다"고 강조하는 상황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에콰도르 현지 신문 엘코메르시오에 따르면 에콰도르 의회는 이날 오후 압도적 표결로 레닌 모레노 대통령이 지난 9월 말 내놓은 '긴급경제성장법'을 보류하기로 했다. 모레노 대통령 소속 여권이 의회 다수를 이루고 있는데 찬성 70표 대 반대32표(기권 31표)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TV·라디오 담화를 통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통해 나온 결정"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경제성장법이 보류된 것은 불행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저녁 모레노 대통령은 TV·라디오 담화를 통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통해 나온 결정"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경제성장법이 보류된 것은 불행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대통령은 또 "이번 보류 결정으로 9000명의 학생들과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들이 영향을 받게될 것"이라면서 "이르면 수 시간 혹은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 의회에 부칠 것"이라는 계획을 언급했다. 에콰도르는 지난 3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에너지 보조금 등 '긴축 재정 실행'을 조건으로 3년간 42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합의한 바 있다.
40년만의 에너지 보조금 폐지는 에콰도르 정부 재정 긴축안 '엘파케타소(패키지 정책)'일환으로 경제성장법 취지와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모레노 정부는 IMF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2020년까지 재정적자를 올해 추정치(36억 달러)보다 대폭 낮춘 10억 달러 선으로 낮춘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산유국인 에콰도르에서는 지난 40년간 정부가 민간에 지급한 에너지 보조금이 총 60억 달러였다. 다만 원주민 연맹(CONAIE)에 따르면 10월 3일부로 에너지 보조금이 폐지되면서 한달 새 연료 값이 123%, 운송비가 40%폭등했다.
일단 의회가 조세 개혁에 중점을 둔 경제성장법을 보류하기로 했지만 IMF 구제금융 조건을 고려할 때, 새 법안은 기존 내용을 일부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성장법에는 청량음료와 설탕, 맥주, 휴대폰·비닐봉투에 대한 소비세와 연 매출 100만 달러 초과 기업에 대한 추가 과세 등 관련 사항이 담겨있었다.
한편 콜롬비아에서는 이반 두케 정부가 '긴축 소문' 덮기에 나섰다. 이웃 나라들의 불평등 시위가 정권까지 뒤흔드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 탓이다. 18일 현지 신문 엘티엠포 등에 따르면 낸시 파트리샤 구티에레스 내무부 장관은 이날 "파업은 잘못된 동기에 따른 것"이라면서 정부는 퇴직 연령을 늘리거나 최저 임금을 낮추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긴축 소문에 민심이 흉흉해지자 두케 대통령은 관련 사안에 대한 언급을 삼가기도 했다.
현지 카라콜TV등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서는 오는 21일 32개 부서(행정구역)과 이에 속한 73개 시 등에서 50여 곳 청년·학생 단체와 노동조합 등이 총파업과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두케 정부가 '연금·노동 개혁'(노령연금 수급연령 상향·은퇴연령 연장)등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식이 빠르게 돈 영향이다. 이날 콜롬비아 내무부는 "오는 21일 시위 격화시 '통금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두케 대통령은 군·경에 폭력 시위 진압권한을 승인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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