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용 고해상도 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생산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도인 1867PPI(인치당 픽셀)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왔던 '파인메탈마스크(FMM)' 없이 대면적 제작이 가능해 고성능 디스플레이를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관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마이크로나노공정그룹 선임연구원 연구진은 OLED 화소를 유리 기판 위에서 RGB 방식으로 제조하는 VR·AR용 고해상도 OLED 디스플레이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유리 기판은 실리콘 웨이퍼 기판에 비해 고해상도 구현에 불리하지만, 생산단가가 낮아 대형 디스플레이 제작에 유리하다.
눈에 밀착시켜 착용하는 VR·AR 기기의 디스플레이는 TV나 스마트폰보다 어둡고 선명도가 낮다. 따라서 4K UHD TV가 100~200 PPI, 스마트폰이 500PPI를 요구한다면 VR·AR 기기의 경우 같은 수준으로 생생한 화질을 구현하려면 최소 1800PPI를 충족해야 한다.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특성 덕분에 화소 크기를 줄여도 광 효율에 영향이 적고 색상 표현도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적·녹·청색 유기물질을 순서대로 증착하는 RGB 방식은 백색 OLED에 컬러필터를 적용하는 WOLED 방식보다 밝기와 전력효율이 우수하지만, 그동안은 공정 개발이 어려웠다.
연구진은 OLED 용액을 13.6㎛의 미세한 간격으로 담을 수 있도록 여러 개의 마이크로 채널로 구성한 특수용기와 채널 속에만 선택적으로 용액이 달라붙도록 하는 표면처리 기법, 빛을 흡수해 열로 전환해 주는 광열변환층 등의 기술을 적용해 유리 기판 위에서 RGB 방식으로 OLED 화소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수 용기 위에 유리 기판을 놓은 뒤 순간적으로 강한 빛을 내는 '제논 플래시 램프'를 작동하면 특수 용기 속 광열변환층이 300도 이상의 열로 OLED 용액을 빠르게 기화시켜 정해진 간격대로 기판에 증착시키는 원리다.
이런 공정 기술을 적용한 결과 고해상도 OLED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는 1867PPI로 나타났다. 특히 유리 기판은 손쉽게 대면적화가 가능해 VR·AR용 고해상도 OLED 디스플레이를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유기물질을 기판에 증착할 때 광열변환층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RGB 방식 증착 공정의 필수 소재로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 왔던 '파인메탈마스크(FMM)'가 필요 없다는 장점도 있다. FMM은 미세한 구멍이 촘촘하게 뚫려 있는 얇은 철판으로 유기물이 기판 위 특정 위치에 증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생기연의 공정 기술은 VR·AR 화면 시야각을 넓히고 어지럼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술로 VR·AR 대중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조 연구원은 "향후 수 ㎛ 크기의 소자를 만들 수 있는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공정을 활용해 2000~3000PPI까지 해상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