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늙어가는 은행…인건비 급증·생산성 뚝
입력 2019-11-17 18:02 
◆ 늙어가는 은행 ◆
국내 은행 직원 수는 줄어드는 반면 전체 인건비 총액은 급증하고 있다. 순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직원 1인당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내 은행들이 본격적인 퇴조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이치뱅크와 UBS 등 글로벌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은행들도 구조조정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매일경제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3분기 실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4개 은행은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직원 급여(인건비)로 모두 4조3423억원을 지급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무려 5.9% 증가한 것이다. 전년 대비 인건비 증가율은 2016년(-2.9%)과 2017년(-1.4%) 감소했지만 작년(1.3%)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유달리 인건비가 급증한 것은 금융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 작년 최대 실적에 따른 성과급 지급, 금융당국의 일자리 창출 압박에 따른 채용 유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인건비가 급증한 반면 은행들 고용은 전반적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4곳 직원 수는 지난 9월 말 6만61명이었다. 2015년 9월 말 6만7010명에서 4년 만에 7000명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직원 평균 급여와 근속연수가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희망퇴직 등 감원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연차가 낮은 젊은 직원들이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는 뜻이다. 이들 은행 평균 급여는 1~3분기 기준으로 2015년과 2016년에 6300만원으로 동일했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부터 뛰기 시작해 작년 6900만원, 올해 7200만원까지 상승했다. 산술적으로 올해 4대 은행 직원 평균 연봉은 960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같은 고비용 구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면서 예대마진 축소로 은행 주 수입원인 이자이익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4대 은행 올해 1~3분기 순이익은 작년보다 7.6% 감소한 7조942억원에 그쳤다. 2015년 이후 3년 연속 이어진 은행 순이익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고위험 사모펀드'에 대해 은행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 같은 금융상품 판매수수료는 은행 비이자이익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한다고 금융권은 설명한다. 비이자이익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신(新)예대율 규제로 은행들은 가계대출 영업에 제한을 받고 있는 데다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대출 연체율도 악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문일호 기자 /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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