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화성 8차 윤 씨측, 과거 신문조서 공개…"참 무서운 수사"
입력 2019-11-15 15:01  | 수정 2019-11-22 15:05
경찰이 '진범 논란'이 불거진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을 이춘재(56)라고 잠정 결론 내린 오늘(15일) 과거 이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2) 씨 측은 당시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공개했습니다.



윤 씨의 재심을 돕는 법무법인 다산은 이날 오후 윤 씨가 이 사건 범인으로 검거된 1989년 경찰이 작성한 진술조서 2건과 피의자신문조서 3건, 윤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언론에 배포했습니다.

이들 조서에는 사건 당일 윤 씨가 기분이 울적해 집을 나선 뒤 배회하다가 이 사건 피해자인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에 담을 넘어 침입해 자고 있던 박 양을 목 졸라 살해하고 강간하고선 집으로 돌아왔다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이는 앞서 알려진 윤 씨가 과거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자백한 내용과 일치합니다.

그러나 이날 경찰이 이춘재를 이 사건 진범으로 사실상 특정한 이유로 꼽은 이춘재의 구체적인 범행 당시 상황에 대한 자백과는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피의자신문조서에는 윤 씨가 박 양이 입고 있던 속옷 하의를 무릎 정도까지 내린 상태에서 범행하고 그대로 다시 입혔다고 적혀있지만, 이춘재는 박 양이 입고 있던 속옷을 완전히 벗기고 범행한 뒤 이 속옷으로 현장에 남은 혈흔 등을 닦고 새 속옷을 입히고선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자백했습니다.

중학생이던 박 양이 애초 속옷을 뒤집어 입은 채 잠을 자고 있었을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술의 신빙성은 이춘재의 것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입니다.

이밖에 박 양의 집과 방에 침입하는 과정, 박 양의 방 안 모습 등에 대해 묘사한 부분이 차이가 나는데 경찰은 남아있는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이춘재의 자백이 과거 윤 씨의 자백보다 실제 현장상황과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윤 씨 측 박준영 변호사는 윤 씨의 조서 내용이 이처럼 현장상황과 다르게 기재된 이유는 현장상황을 잘 모르는 경찰이 준 정보대로 윤 씨가 진술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서상의 윤 씨 진술은 경찰이 사건 관련 정보를 담아 만든 것인데, 조서를 작성한 경찰이 사건에 대한 정보를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모순이 생긴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는 "윤 씨가 자필로 작성한 진술서를 본 뒤에 이 조서들을 보면 윤 씨가 조서에 담긴 것과 같은 구체적이고 풍부한 진술을 일목요연하게 했을 리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당시 경찰은 참 무서운 수사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 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입니다.

당시 경찰은 이듬해 7월 윤 씨를 범인으로 특정, 강간살인 혐의로 검거했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윤 씨는 같은 해 10월 수원지법에서 검찰 구형대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도 형이 확정돼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특정한 이춘재가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 등 모두 14건의 살인을 자백하고 윤 씨가 억울함을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하면서 진범 논란이 불거진 상황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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