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지 않고 일부를 남겨 둔 이유는 순전히 원유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 등 영미 언론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시리아 주둔은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해서라는 미국 정부 관리들의 발언과 배치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나기 전 수백명의 미군을 시리아 북동부에 남긴 이유는 단지 그곳에 풍부한 유전지대를 확보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원유를 지키고 있다"라면서 "우리가 원유를 갖고 있다. 원유는 안전하다. 우리는 단지 원유 때문에 병력을 뒤에 남겨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날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는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미군을 시리아 북동부에 남긴 주된 이유는 IS를 분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S 수괴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사망 이후에도 미 국무부와 국방부 관리들은 시리아 북부지역에 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이유와 관련, 유전 보호보다는 쿠르드 민병대 등과 협력해 IS를 격퇴하는데 더 주안점이 있다고 설명해왔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지난 10일 ABC방송에 출연해 미군 600∼700명 정도가 시리아 북부에 주둔하는 것은 대테러 작전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미군 철수 정책을 발표했다가 병력을 잔존시킨 이유로 시리아 원유를 지키는 데만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중동연구원'(MEI)의 찰스 리스터 선임연구원은 NYT에 "트럼프 대통령이 병력을 시리아에 남긴 유일한 이유는 원유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는 점이 분명하다"라고 했다.
리스터 연구원은 "다만 더 큰 미국 정부 차원에선 대테러전의 지속 가능한 전략과 시리아 정부에 대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연막술로 그것(원유에 관심이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이용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미군 철수 발표 당시 IS 퇴치전의 동맹 역할을 한 쿠르드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국내외에서 거세게 받았다. 실제로 터키는 얼마 후 시리아 북부에서 대대적인 쿠르드 공세에 나섰다가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에 들어갔다.
[디지털뉴스국 유정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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