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아이돌 공연·팬 미팅 표를 싹쓸이하고 이를 암표로 팔아넘겨 부당이득 수억 원을 챙긴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판매 조직이 검거된 것은 처음입니다.
오늘(14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암표 판매 조직 일당 22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총책 29살 A씨와 매크로 프로그램 제작자 29살 B씨를 업무방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이들은 2016년 5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약 3년 동안 아이돌 공연 등의 암표 9천173장을 중고 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팔아 정당한 티켓 판매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 일당은 총책·매크로 제작자뿐 아니라 국내 판매책과 해외 판매책을 별도로 두고 자금관리자, 운반책, 투자 담당 등으로 역할을 나누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이 사용한 매크로 프로그램은 여러 사람의 아이디를 이용해 순식간에 표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형태입니다.
이를 위해 이들은 타인의 접속 아이디(ID) 2천여개를 이용했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일정 금액을 주고 ID를 빌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량으로 구매한 티켓은 중고나라 등에서 많게는 10배가 넘는 가격으로 판매됐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유명 아이돌 가수의 13만원짜리 콘서트 티켓을 150만원에 판매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의자 A씨는 범행으로 올린 수익이 7억원에 이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이들 일당의 실제 수익은 얼마인지,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 더 있는지 등을 파악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올해 초 아이돌 공연의 티켓 판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티켓 2천652매가 142곳으로 배송된 사실을 파악하고 내사를 시작한 뒤 구체적인 단서를 잡아 정식 수사로 전환, 이들 일당을 검거했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매크로 암표'를 근절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합동 온라인 암표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문체부에 암표 신고 게시판을 만들고, 문체부가 의심 사례를 선별해 수사를 의뢰하면 경찰이 수사 관서를 지정해 엄정 대응하는 구조입니다.
경찰청은 "온라인 암표는 문화 산업의 유통 질서를 교란하는 불공정 행위"라며 "국민은 터무니없이 비싼 암표를 구매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적극적으로 신고·제보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