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韓보험업 70년만에 첫 `역마진 쇼크`
입력 2019-11-13 17:57  | 수정 2019-11-14 09:17
◆ 백척간두에 선 보험산업(上) / 본격화된 저금리 공포 ◆
7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국내 보험산업에서 처음으로 금리 역마진이 발생했다. 저금리로 운용수익률이 떨어진 가운데 과거 고금리에 판매한 보험계약이 발목을 잡은 탓이다. 보험을 팔수록 손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2000년을 전후해 보험회사 8곳이 금리 역마진을 이기지 못하고 연쇄 파산했던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보험회사 운용자산이익률과 보험료 적립금 평균이율'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에서 처음으로 0.2%포인트의 금리 역마진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업계가 올해 상반기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한 보험료 평균이율은 연 4.3%인 반면 자산운용으로 거둔 이익률은 이보다 낮은 연 4.1%에 그친 탓이다. 2년 전 금리마진이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업계 설립 후 처음으로 역마진이 일어난 것이다.
운용자산이익률은 보험사가 자산운용을 통해 거둬들이는 수익률이다. 보험료 적립금 평균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율이다. 자산운용 수익률이 여기에 미치지 못하면 역마진이 발생한다.

역마진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으로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계약이 꼽힌다. 6월 말 기준 생보사 보험료 적립금은 589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고정금리를 주는 확정형 계약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41.5%인 244조4000억원에 달한다. 변동금리인 연동형 상품 평균이율은 연 3.1% 수준인 반면 확정형 상품 평균이율은 연 6.0%로 두 배에 이른다. 특히 확정형 상품 중 연 5% 이상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 비중이 전체의 25.4%를 차지한다. 이들에게 지급하는 평균이율은 1년 만기 은행 정기예금의 5배에 육박하는 연 7.1%로 치솟는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운용수익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연 5%가 넘었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현재 연 1.7%대에 머무르고 있다. 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금리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 자산운용 수익률이 2%대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승훈 기자 / 김명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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