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대론 보험 팔수록 손해…보험사 사장 "가보지 않은 길, 두렵다"
입력 2019-11-13 17:56  | 수정 2019-11-14 09:18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저금리로 인해 운용수익률이 떨어진 가운데 과거에 고금리로 판매한 보험상품 때문에 올 들어 금리 역마진이 발생하면서 보험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한 행인이 우산을 받쳐 들고 생명보험사 본사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백척간두에 선 보험산업(上) / 본격화된 저금리 공포 ◆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의 공포와 두려움이 느껴집니다."
역마진 상황에 직면한 모 생명보험사 최고경영자(CEO)의 얘기다. 1946년 신동아보험(현 한화손해보험) 설립으로 시작된 대한민국 보험업계가 격변의 회오리 속으로 들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에 저금리가 겹치면서 생존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국내 보험시장은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세계 7위에 총자산이 1200조원에 달하는 핵심 금융산업 가운데 하나다.
13일 금융감독원과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보험업계의 자산운용에 따른 이익(마진)은 2015년 6월 말 0.5%포인트에서 매년 0.1%포인트씩 줄었다. 올해 6월에도 0.1%포인트로 겨우 턱걸이를 했다. 생명보험사가 -0.2%포인트로 역마진을 냈지만 손해보험업계가 1.2%포인트의 금리 차이를 기록하며 업계 합산이 0.1%포인트로 집계된 것이다. 과거 판매된 금리고정형 상품의 영향과 급격히 떨어진 금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본격적인 역마진 시대를 맞은 생보업계는 재무건전성 악화와 이로 인한 추가적인 자본 확충 등 다양한 부담을 안게 됐다.
보험시장은 저금리뿐 아니라 성장이 정체된 저성장 국면도 맞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98.4%까지 치솟았다. 전 가구가 최소 1건의 보험은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수입보험료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생명보험사 수입보험료의 경우 2017년 4.9%, 지난해 2.7%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가량 감소했다.
반면 지급보험금은 매년 늘고 있다. 2017년 전년 대비 10.8% 늘어난 79조4000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생보업계는 지난해에도 8.4% 증가한 86조1000억원의 보험금을 계약자에게 돌려줬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지급보험금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5.9% 늘었다. 수입보험료는 감소하지만 비용이 되는 지급보험금과 사업비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생보사의 영업현금흐름 또한 우려되는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2016년 32조6000억원에서 2017년 19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9조7000억원으로 급감하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급기야 427억원의 적자를 내는 상황에 처했다.
보험 계약 증가율도 지난해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11년 11.2%를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하던 계약 증가율이 지난해 -0.1%로 떨어진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0.6%로 감소폭이 더 커졌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보험업계의 해지환급금은 5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생보업계의 경우 올해 상반기 환급금 규모가 13조197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2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금액이다. 손보업계도 올 들어 6월까지 환급액이 같은 기간 5971억원 증가한 6조4276억원에 달했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경기 침체로 수입이 줄면서 보험 해약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젊은 층이 보험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위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20·30대의 보험 가입률은 꾸준히 줄고 있다. 보험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63.8%로 10년 전인 2008년에 비해 9.8%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또한 같은 기간 86.7%에서 77.3%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손해율은 급등하고 있다. 지난 9월 손해보험사 11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모두 90%를 넘어섰다. 손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업계가 보는 적정 손해율은 78~80% 수준이다. 13곳 손보사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이미 100%를 훌쩍 넘겼다. 올해 상반기 손해율도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129.6%를 기록했다. 이로 인한 손실액만 1조원이 넘는다.
보험회사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금융민원은 0.3% 줄었지만 보험권 민원은 반대로 1.6% 증가했다. 특히 전체 민원 중에서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61.9%로 압도적이다. 생보사는 불완전판매, 손보사는 보험금 지급에 대한 불만이 대표적이다.
저금리·저성장은 보험사 경영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생보업계 당기순이익은 2조12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급감했다. 손보업계 또한 1조485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같은 기간 42% 줄었다. 이 같은 추세의 영향으로 보험업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7년 7.67%에서 지난해 6.63%로 1%포인트 이상 급감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원장은 "저성장 속에서 저금리 공습이 짧은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며 "내년 보험시장의 성장 전망은 0%에 가깝고 장기금리도 1%대 초반 수준이라 수년 내에 국내 보험시장이 제로금리와 제로성장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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