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4일 방한 에스퍼 국방장관…포린폴리시 "미 행정부서 조용히 실세로 떠오르는 중"
입력 2019-11-13 17:5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임명장을 준 뒤 악수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14일 한국을 방문한다. 지난 8월9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서울에서 한 뒤에 3달여만에 다시 온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1986년에 졸업했다. 미국의 안보 전문지 '포린 폴리시(FP)'는 에스퍼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탄핵 조사가 진행 중인 혼란함 속에서 에스퍼 장관의 겸손한 처신과 공화당 내 지원세력 그의 무기다. 현재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트럼프 정부에서 최고 실세로 불리며 각광을 받고 있지만 에스퍼 장관이 '토끼와 거북이 경주' 스타일이라는 FP의 평가다.
FP가 가장 먼저 꼽은 에스퍼 장관의 특징은 겸손함이다. 86년 졸업 동기들의 면면을 보면 화려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고려했을만큼 신뢰도가 높은 데이비드 어번 전미 전투기념 위원회 위원장도 같은해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다. 의회에는 초강경보수성향의 마크 그린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부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브라이언 불라타오 국무부 차관, 울리히 브레히뷜 국무부 보좌관은 폼페이오 장관과 회사를 창업했던 절친이다. 에스퍼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은 웨스트포인트 룸메이트였다. 수석 졸업 경력에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폼페이오 장관의 존재감이 가장 크다. FP는 펜타곤 직원의 목격담을 통해 에스퍼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을 깎듯이 대하는 장면을 전했다. 이 직원은 "에스퍼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의 전화가 오면 집무실에서 다른 사람들을 내보내고 문을 닫아버리는데 폼페이오 장관이 충분히 알아챌만 하다"면서 "펜타곤은 조직 규모나 예산이 국무부를 왜소해보이게 만들 정도인데다가 국방부 장관은 군통수권 상에 있는데 오히려 폼페이오 장관이 공손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의아해 했다. 에스퍼 장관의 겸손함을 신참 장관으로서 대통령과 가까운 폼페이오 장관을 향한 자연스로운 행동이라고 보는 반대편 시각도 FP는 전했다. 특히 국무부와 국방부가 앙숙관계였고 레이건 정부와 '아들 부시' 정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둘러싼 당시 양 부처 장관간의 알력과 갈등을 거론하면서 폼페이오 장관과 에스퍼 장관의 관계를 문제있다고 보지 않는 의견이다.
에스퍼 장관은 인준 청문회에서 방위산업체 레이시언에서 근무했던 경험 때문에 곤욕을 치렀지만 사실 군에서 쌓은 경력이 클린턴 정부 시절인 1994년 국방장관을 맡았던 윌리엄 페리 이후 가장 많은 편이다. 에스퍼 장관은 1990년 걸프전에 제101 공중강습사단 소속 보병 장교로 참전했고 전공을 올려 동성무공훈장을 받았고 주 방위군과 예비군을 거쳐 2007년 전역했다. 그후 보수 싱크탱크인 해리티지 재단에서 일했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였던 빌 프리스트 의원과 오바마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냈던 척 헤이글 상원의원의 보좌관으로서 정치 경력을 쌓았다.
FP는 "현 정부에서 에스퍼 장관은 외곽 실세 인사들의 강한 지지를 받았다"면서 "데이비드 어번이나 헤리지티 재단 부소장인 제임스 캐러파노 등 강경보수세력은 한때 '헤이글 추종자'라고 비판받았던 에스퍼를 끝까지 밀었다"고 전했다. 에스퍼 장관의 경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이 공격을 받자 온몸으로 이를 막아낸 데서 빛났다. '대행'에 머물렀던 전임자 패트릭 섀너핸이 참모들에 휩쓸려 우왕좌왕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에스퍼 장관은 직전 직책이었던 육군성 장관 시절 마크 밀리 당시 육군참모총장과 의기투합해 비용 310억달러를 꼼꼼히 들여다 봤고 중국이 미국 안보의 최대 위협이라는 것에 뜻을 모았다. 마크 밀리는 합참의장에 올랐고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다. 에스퍼 장관에게는 군, 더 넓게는 정부내에 든든한 지원자를 얻은 셈이다. FP는 "폼페이오 장관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위기에 처한 때에 에스퍼 장관에 밀리 의장은 중요한 동맹"이라면서 "정쟁에서 벗어나 군 고위 인사들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고 육사 출신 그룹의 역할도 폼페이오가 있는 국무부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FP는 에스퍼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을 비교하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간다. 에스퍼 장관을 가까이서 보좌한 직원은 "폼페이오 장관은 화려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는 요령이 있다"면서 "에스퍼 장관은 은근하고 집요하게 펜타곤 내 우군을 만들면서 눈에 띄지 않게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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