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드 마틴(Paolo DE Martin) 프랑스 재보험사 스코르 글로벌 라이프(Scor Global Life) 대표이사 사장은 13일 지금까지와는 다른 보험 상품의 등장을 예고했다.
예컨대 나만의 인생관, 가족사 등 '인생 스토리'를 담은 청약서를 통해 언더라이팅(가입심사)을 시도한다든가, 우연하고 급격한 사고를 보장하는 전통적 보험의 역할에서 벗어나 웰빙, 여행 등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주제로 좀 더 다양한 삶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상품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결혼과 같은 인생의 이벤트를 축하해주는 보험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얘기다. 보험의 경계를 '보장'이라는 테두리에 가둘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며칠 전 한국을 방문한 파울로 사장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기자와 만나 1시간가량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노동현 스코르 글로벌 라이프 북 아시아 대표도 동석했다.
3년 전 이맘 때 만났던 파울로 사장에게 '기자를 기억하느냐'라고 물으니 또렷이 알아봤다. 이날 연한 밤색의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쓰고 기자를 만난 파울로 사장은 부드럽게 인사를 건네면서도 '현재 가지고 있는 보험이 만족스러운지', '보험의 본질이 무엇인지' 등 다소 무거운 화두를 던졌다.
기자는 파울로 사장의 질문에 선뜻 답을 못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10가구 중 9가구가 민간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에 가입할 정도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이 보험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보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또한 우리의 실정이다. 그만큼 보험이 삶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나의 상품으로서 보험사의 손익을 내는 수단으로만 판매되고 있다는 일갈이다.
파울로 사장은 "만약 어떤 미망인이 보험사에 연락을 하면 위로의 말부터 전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증권번호'를 알려달라는 게 현실"이라며 보험이 삶의 가치나 철학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주요 생명보험사 CEO들을 만나 새로운 개념의 상품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보험의 본질적 가치를 담은,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철학을 녹여낼 수 있는 상품을 논의했다고 귀띔했다. 혁신 상품 시도에 따른 위험 분담을 재보험사인 스코르가 짊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 시장의 원수사들과 함께 혁신 상품을 만들자고 공개 제의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노동현 스코르 라이프 북 아시아 대표는 '스토리 라인'이 있는 보험을 예로 들었다. 그는 "지금과 아주 다른 경험을 하는 것을 만들어보고자 한다"며 "내 철학은 무엇이다. 가족관계는 어떻게 한다. 운동은 얼마나, 그리고 음주 등등 이런 스토리텔링이 있는 판매 프로세스를 정립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보험에 대한 개념을 과거의 전통적 의미에서 벗어나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도 피력했다. 파울로 사장은 "우연한 사고만 보장하는 것을 보험의 본질로 봐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웰빙'을 예로 들면서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충분히 보험의 다른 모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표도 "(스토리 라인 청약서 등을 통해) 지금의 위험률 산출 구조를 바꾸는 변화도 필요하다"며 "결혼을 하나의 이벤트로 보험이 왜 축하해 주지 못하나. 이제는 보험도 콘셉트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 He is…
파울로 대표이사 사장은 1968년 이탈리아 출생으로 현재 스코르 글로벌 라이프를 이끌고 있으며, 앞서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재무, 투자 및 자산 분석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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