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은 북한 주민도 한국민으로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16명의 동료를 살해하고 남쪽으로 도주한 북한 주민들도 국민으로 수용하는 것이 맞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도피한 북한 주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한 지 한 주가 지났지만, 이번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일단 "이번 사건이 아주 특이했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북한 주민에 대한 사상 첫 강제추방 조치를 통해 사실상 '모든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은 아니다'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북한 주민은 사실상 외국인으로 간주해 강제추방할 수 있다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치의 적절성을 놓고서는 법률,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립니다. 무엇보다 가장 첨예한 논쟁이 전개되는 지점은 이번 결정이 법적 정당성을 갖췄는지 여부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률전문가는 "(북한 주민들은) 한국으로 오는 순간부터 국민의 지위가 회복된다"며 "법리적으로는 (추방된 북한 주민 2명도)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대한민국에서 조사를 하고 재판도 하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에 따라 모든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될 뿐 아니라 우리 법률에는 자국민을 추방하는 조항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 전문가는 "정부가 이번 추방조치에 대해 제대로 법적 근거를 대지 못했다. 물론 법리가 다는 아니지만, 정부가 이런 (민감한) 사건을 처리할 때는 반드시 법률을 따져보고 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역시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땅에 들어오게 되면 의사 표시와 관계없이 대한민국 국민이고, 의사표시를 하면 그때부터 북한이탈주민이 된다"며 "이번 결정은 불법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흉악범죄를 저지르고 남측으로 넘어온 북한 주민이라 하더라도 "추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분단국가가 안고 있는 일종의 과제"라며 "과거 정부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수차례 검토했지만, 정부로서는 선택권(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역시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법적 근거는 좀 미비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법적 근거가 다소 빈약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남북관계의 특수성에서 파생된 문제에 법적 형식논리만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제사회에서, 그리고 일반적인 남북관계에서 사실상 북한을 다른 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 무엇보다 한국 정부의 집행관할권이 북한까지 미치지 못해 범죄자에 대한 수사를 하기 어렵고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주민들에 대한 추방조치는 불가피했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이번의 경우에는 해상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을 저지른 이들을 쫓는 북한 관련 기관의 도·감청 정보가 있어서 이런 결정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이런 판단 근거가 없었다면 이들은 그냥 한국에 입국해 범죄에 대한 처벌은 커녕 탈북민으로서 받는 각종 혜택을 받으며 한국민으로 살아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이번 결정은) 헌법위반, 인권침해 문제 등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현실적으로 흉악범죄자를 처벌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의 추방조치는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역시 "국민 다수의 안전을 심대하게 침해할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적절한 대응이었다"며 "만약, 북한에서 다수의 흉악범이 도피 목적으로 내려온다면 그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다 받아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유사사건 재발 가능성에 대비해 명확한 추방 원칙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은 최근 '살인 혐의 북한 주민 추방 사건 법적 쟁점과 과제'라는 제목의 연구원 보고서를 통해 "적용의 일관성 및 집행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는 명시적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장기적인 차원에서는 남북한 간의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범죄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