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직 장·차관 10여명을 차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직 장관에 차관까지 포함하면 총선에서 당과 함께 했으면 하는 사람이 10여명 정도"라고 밝혔다.
여당만이 할 수 있는 '관료 차출'로 외교·안보·경제 등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현직 장·차관은 대중 인지도가 높아 선거에 유리하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사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다.
강 장관은 서울 서초갑이나 동작을 등 지역구 출마와 비례대표 가능성이 모두 제기되고 있고, 정 장관은 고향인 경남 진주에 출마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강 장관과 정 장관에 대한 당의 요구가 있다"며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구윤철 기재부 2차관 등 경제 관료들의 출마 가능성도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강원 춘천, 구 차관은 경북 성주가 고향이다. 두 곳 모두 민주당의 약세 지역인 만큼 당이 홍 부총리와 구 차관을 '전략 투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전 출신인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차출 가능성이 나오는 인사 중 한 명이다.
울산이 고향이고 검찰 출신에 노무현 정부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김영문 관세청장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현직 장·차관 차출은 당내 검토사항일 뿐 아직 당과 정부, 청와대가 협의해 확실히 결론 지은 것은 아니라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직 장관을 차출할 경우 새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기 때문에 대안이 분명하지 않으면 당에서 요청하기가 어렵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해당하는 문제"라며 "본인들의 의사와 결심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 부담이 없는 전직 관료들의 경우 이미 대거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벌써 입당했거나 입당을 앞둔 인사들이 있고, 당이 '물망'에 올려두고 접촉 중인 인사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진 전 기재부 2차관의 경우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입당식을 거행한다.
민주당은 '험지'인 경기 이천에 출마하는 김 전 차관을 시작으로 강원과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등 취약 지역에 출마 도전장을 내민 관료 출신 인사들을 추가로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출마 가능성이 나오는 전직 관료로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있다. 기재부 1차관 출신인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의 출마설도 있다.
일각에선 이처럼 민주당이 전·현직 관료를 대거 수혈해 총선을 치를 경우 전문성 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행정부에서 입법부로 '자리 이동'을 하는 관례가 굳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차출과 총선 출마가 바로 당선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으나, 이들 중 상당수가 국회에 입성한다면 '관료 의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 관료 인사 차출 등과 맞물려 청와대의 개각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현재로서는 법무부 장관을 우선 인선하는 '원포인트 개각'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낙연 총리를 포함한 다른 장·차관 인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여당의 '차출 희망'이 실현되는 것은 꽤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 장관의 경우 판사 출신 5선 의원인 추미애 민주당 전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당이 추 전 대표를 법무부 장관 후보로 청와대에 추천했다는 이야기와 관련해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당의 공식 입장으로 전달하지는 않았다. 아마 법제사법위원 중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비교적 옅은 추 전 대표가 '탕평 인사' 차원에서 법무부 장관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분위기다.
집권 여당을 지휘한 경험과 추진력, 법조계에 대한 이해 등도 강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디지털뉴스국 김설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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