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억울한 옥살이" 화성 8차 범인 지목 윤씨 재심청구

화성연쇄살인사건 8차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씨(52)가 법원에 정식으로 재심을 청구해 30년 만에 누명을 벗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씨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이주희 변호사는 13일 수원지방법원에 윤씨에 대한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화성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박모양(당시 13세)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윤씨는 1998년 10월 수원지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대법원 확정 판결을 거쳐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하지만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로 입건된 이춘재(56)가 화성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하면서 진범 논란이 불거졌다.
윤씨 역시 "당시 경찰의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윤씨 측 변호인은 재심청구서 제출전 경기지방중앙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재심 과정이 단순히 승패 예측에 머물지 않고 당시 사건 진행 과정에서의 경찰과 검찰, 국과수, 재판, 언론까지 왜 아무도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재심 청구의 의미를 밝혔다.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 청구를 통해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겪은 윤 씨의 무죄를 밝히고, 사법 관행을 바로 잡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면서 "인권 수사, 과학수사 원칙, 무죄 추정 원칙, 증거재판에 관한 원칙 등이 좀 더 명확하게 개선돼야 하고, 재심의 엄격함을 보다 완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재심청구는 유죄로 확정판결받은 사건에 중대한 사실 오인이나 의심이 있는 경우 시정을 요구하는 비상구제 절차다. 윤씨 변호인 측은 이춘재가 피해자 집의 대문 위치·방 구조 등을 그려가며 침입 경로를 진술한 점, 윤 씨가 범인으로 검거된 주요 증거였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가 취약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점, 국과수의 방사성 동위원소 검토 결과의 오류 가능성 등을 중대한 사실 오인으로 들었다.
이와함께 박 변호사는 당시 경찰이 소아마비 장애인인 윤 씨를 불법적으로 체포·감금했으며, 구타와 가혹행위를 저질렀다고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윤 씨가 1∼3심까지 모두 국선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했다"며 "재심사유를 판단할 때에 이런 점을 고려해달라"고 요구했다.
[수원 =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