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가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피인수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주가 동반 상승세를 타는 것과 대조적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3시 6분 현재 HDC그룹주인 HDC(6.49%)와 HDC현대산업개발(1.97%)이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금호산업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HDC컨소시엄을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했다.
HDC컨소시엄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신주)를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전체를 모두 인수한다. 이를 위해 본입찰에서 약 2조4000억원을 써내며 애경 등 다른 경쟁 후보를 제쳤다. 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은 7000억원가량 낮은 약 1조7000억원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기존 호텔, 레저, 면세업과 아울러 항공업까지 관광산업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
하지만 주가는 지난 6월 이래로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날은 소폭 오름세를 보였으나 최근 6개월 새 주가가 약 27% 빠졌다. 정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내들면서 영업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주가 최근 매각 이슈로 급등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증권가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단기적인 실적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어 '독이 든 성배'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메리츠종금증권은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1조원에 가까운 순현금과 내년 이후 본격화될 신규 자체산업이 투자포인트였으나 이번 아시아나 인수전 참여로 보유 순현금에 대한 가치 측정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박형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아시아나 항공 인수는 총 규모 2조5000억~2조9000억원의 투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 경우 보유 순현금이 지분가치로 대체된다"며 "아시아나 항공의 영업실적을 감안하면 적어도 단기적으로 실적에 마이너스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건설업과 항공업의 시너지에 대해 시장의 의문이 존재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4만6000원에서 4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은 현 시점에서 향후 성장성을 다질 토대가 될 무언가로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주택으로 1조5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한 만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회사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이지만 다른 업종의 M&A(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상황에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과 같은 액션이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뉴스국 김현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