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과업계 2위 빙그레가 2020년부터 자사 제과형 아이스크림류에 대해 가격 정찰제를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가격 정찰제는 상품에 권장소비자가를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소매점에 따라 아이스크림이 판매되는 가격 차가 커 소비자들의 가격 불신이 커지자, 정찰제를 확대 적용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게 빙그레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간의 시행착오로 인해 업계와 소비자들의 의견은 갈린다.
소매업계의 아이스크림 '상시 할인체제'는 지난 2010년 '오픈 프라이스제(open price system)' 도입으로 굳어졌다.
오픈 프라이스제는 최종 판매업자가 가격을 결정하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과거엔 소매업자들이 권장소비자가격을 부풀려 표시한 뒤, 실제로는 40~50% 할인 판매하는 기형적인 방식이 퍼져 있었다.
이에 정부는 이런 판매 행위를 막고 최종 판매업자의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2010년 7월 아이스크림에 오픈 프라이스제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후 유통업체들의 담합으로 오히려 가격이 오르고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심해지자 2011년 8월 오픈 프라이스제를 폐지했다.
기형화된 시장구조를 바로잡고자 빙과업계는 앞서 지난 2016년 일부 제품의 가격 정찰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슈퍼마켓 업계와 소비자의 반발로 흐지부지된 바 있다.
지난 2018년 3월 국내 주요 빙과업체 4사(빙그레·해태제과·롯데제과·롯데푸드 등)는 다시 가격 정찰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아이스크림의 기준가격을 제시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낮은 납품단가로 악화한 수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빙그레는 같은 해 투게더와 엑설런트 등 카톤 아이스크림(떠먹는 아이스크림)에만 가격 정찰제를 도입했다. 도입 1년이 지난 지금, 빙그레 측은 카톤 아이스크림 소비자가격의 편차가 줄어들어 소비자의 가격 불신이 많이 해소됐다고 분석했다.
'미끼 상품'으로 전락했던 아이스크림이 다시 브랜드와 상품성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반면 일각에선 가격 정찰제 도입으로 아이스크림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지만, 반값 할인이 여전해 제값 주고 사는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격 정찰제는 법적 강제력이 없어 제조사가 가격을 동일하게 표기해도 소매업체가 해당 가격에 판매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정찰제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조업체마다 가격이나 브랜드 신뢰도를 되찾기 위해 가격 표시를 따로 한 것인데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유통채널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한 아이스크림 가격 정상화까지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뉴스국 장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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