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suburb) 유권자의 반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4개 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원인으로 교외 유권자들의 표심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한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든든한 지지자들이었던 이들이 공화당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NYT)는 "켄터키, 버지니아 등 역사적으로 공화당 텃밭이었던 지역의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다"고 6일 분석했다.
이들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백인 여성 유권자들이다. 자녀교육에 열성인 '사커 맘(soccer mom)'이나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시큐리티 맘(security mom)'으로 이뤄진 보수적인 교외 여성들은 공화당의 열렬한 지지층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들은 트럼프 정부가 잦은 총격 테러에도 총기 규제를 계속 고집하고 또 보건과 교육·여성 문제에 있어서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가 최근 진행한 여론조사로도 증명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조 바이든 전대통령 후보 간의 선호도를 묻자 교외 여성들은 63%가 바이든 전 대통령을 지지한 반면 35%만이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교외 남성들의 절반 이상(51%)이 트럼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것과 대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을 요구한 공화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이번 선거를 "압도적인 트럼프 현상"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트럼프가 모든 문제를 가속화시켰다"며 "(2020년 대선은) 도전이 아닌 언덕 수준인데 그곳을 오를 방법은 없는 상태"라고 트럼프 대통령 재선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당혹스러운 지방선거 결과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켄터키 주지사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매트 베빈(현 켄터키주 주지사)이 막판까지 15%포인트나 끌어올렸지만 부족했던 것 같다"며 "가짜 뉴스들은 그래도 트럼프를 비난할 것!"이라고 언론을 탓했다.
한편 6일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공화당 현직 주지사 매트 베빈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재검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베빈 선거캠프는 공식적인 '결과 재확인(Recanvass)'을 당국에 요청했다. 전날 실시된 투표에서 민주당 앤디 베셔 당선자는 49.2%를, 베빈 후보자는 48.8%를 기록하며 5300여표의 근소한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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